DII 차입금 현황과 두산그룹 재무현황
DII 실적 악화 우려 탓
최악땐 추가출자 가능성
두산쪽 “그룹 재무상태 건전”
최악땐 추가출자 가능성
두산쪽 “그룹 재무상태 건전”
두산그룹이 지난 주말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했음에도 계열사들의 주가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두산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건설장비업체 밥캣(Bobcat)의 재무 위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밥캣을 인수한 미국법인 ‘두산인프라코어 인터내셔널’(DII·디아이아이)의 실적이 장기적으로 주가를 안정시키는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밥캣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자 1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에서 비롯됐다. 밥캣의 재무구조가 흔들리면 대주주인 두산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각각 51.9%와 48.1%씩 디아이아이 지분을 갖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10억달러 증자 발표와 관련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부담할 몫은 5631억원, 두산엔진은 5218억원이다. 전문가들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비율이 105%로 낮고, 이자보상배율 역시 10배나 되기 때문에 출자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했다. 두산엔진도 현금 보유만 2466억원 등으로 두산인프라코어보다 넉넉한 편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불안이 가시지 않는 것은 앞으로 디아이아이의 향후 실적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밥캣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 주로 건설장비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들 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양희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건설경기 침체는 앞으로 3년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디아이아이의 향후 실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밥캣 인수 때 차입매수금(LBO·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빌린 돈) 규모가 회사의 ‘법인세·이자·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EBITDA·에비타)의 7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비율은 6.5배 수준이다. 실적이 좋지 못해 디아이아이의 에비타가 3억달러를 넘어서지 못할 경우 추가 출자를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지난달 30일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겠지만 시너지 효과와 구조조정에 의한 비용 감축 등을 고려하면 매출은 30억7600만달러, 에비타는 3억7천만달러로 전망한다”며 “2012년에는 매출 29조7800만달러, 에비타는 8억3500만달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올해 상반기 매출 8조3천억원, 영업이익 76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현금흐름이 괜찮은 상태다. 설사 밥캣 실적이 나쁘더라도 두산그룹 전체에 위기를 불러올 만큼은 아니다. 양희준 애널리스트는 “향후 디아이아이에 대한 추가 출자요인이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충분히 자금 집행을 할 만한 여력이 있다”며 “두산중공업과 두산이 지는 재무적인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1일 전반적인 주가 급락 여파에 아직 두산그룹 자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돌아오지 않아 하한가 사태가 이어진 것 같다”며 “하지만 그룹의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만큼 두산에 대한 믿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인 이형섭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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