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1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던 철강, 석유화학 등 소재주들이 최근 한달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적인 ‘중국효과’ 수혜주들로 중국의 고성장으로 인한 수요 증가의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긴축정책에 대한 논의가 부쩍 늘어나면서 이들을 보는 투자자들의 눈길도 싸늘해지고 있다. 중국 관련주의 대표주자인 포스코는 3월7일 22만원이 넘는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1일 자사주 매입이 끝났지만 주가는 뚜렷한 반등 조짐이 없다. 철강업종 지수는 3월7일 2785.96으로 고점을 찍은 뒤 26일 현재 2336.9까지 내려왔다. 석유화학주들도 마찬가지다. 금호석유는 지난달 14일 사상최고가(2만2700원)를 찍은 뒤 1만8250원까지 미끄러졌다. 한화석화 역시 3월11일 1만4550원으로 꼭지를 찍고 하락 중이다. 이런 소재주 약세는 우리나라 증시만의 현상이 아니다. 소재 관련 주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내 소재주의 선행지표 구실을 하는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홍콩H지수 등이 동반 조정을 받고 있다. 원자재 관련 주식을 대표하는 시장인 오스트레일리아 증시는 올 들어 지난 3월 말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다. 브라질 증시도 3월초 고점 대비 10% 정도 하락한 상태고, 중국의 대형 철강업체 등이 상장된 홍콩H지수 역시 3월부터 조정을 받아 8% 이상 빠져 있다. 소재주 최근 한달 하락세 못벗어나
중국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감 높아
철강 가격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초 735달러에 거래되던 미국 내 열연코일 가격은 최근 5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철강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유럽의 철강가격은 올해 들어, 중국의 저급재는 3월부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는 미국과 유럽 쪽의 수요 둔화, 중국쪽의 공급증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쪽도 중국 내 설비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중국의 긴축 우려다. 중국의 수요는 여전히 왕성하지만 오히려 이 왕성함이 시장에 걱정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일 올해 1분기에 9.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 8%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중국이 여전히 고성장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지만 이에 따라 긴축정책의 필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부쩍 위안화 절상이나 금리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고성장이 계속되면 필연적으로 과열에 따른 긴축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전세계적으로 소재주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이런 중국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주들이 지난 1년 동안 계속 상승해온 데 따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이들 상당수가 지난 3월초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1년 동안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률을 보여왔다. 김학균 연구원은 “사실 중국 긴축정책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해도 상황은 똑같았는데 그때는 투자자들이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다 올해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르자 이제 나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방향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소재주가 기회보다 위험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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