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2007 회계연도 배당 현황
순익 절반 넘게 배당…타사보다 훨씬 높아
후순위채 3천억 발행해 1675억 배당금으로
후순위채 3천억 발행해 1675억 배당금으로
우리투자증권이 빚을 내서 ‘배당 잔치’를 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 배당임에도, 채권을 발행해 고액 배당을 하는 것은 배당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아랫돌 빼 윗돌 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3일 3천억원 규모로 5년6개월 만기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우리투자증권 쪽은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가 25일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조달 자금의 사용 항목을 살펴봤더니, 절반이 넘는 1675억원은 배당금에 쓰기로 돼 있었다. 나머지는 헤지펀드와 부동산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후순위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의 55.8%가 배당금으로 나가는 것으로, 빚을 내서 배당을 해주는 셈이다.
또 이율이 연간 6.5%에 이르므로, 5년6개월간 1100억원의 이자비용까지 회사가 져야 한다. 1675억원어치를 주주이익으로 돌려주기 위해, 회사가 지는 부담은 향후 5년여간 2775억원이다. 이태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배당을 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일은 마치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과 같다”며 “배당을 해주니 당장 주주들을 위하는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해치므로 주주이익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쪽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하 순자본비율)이 사업확대에 지장이 되고 있어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자본비율이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증권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증권사는 의무적으로 순자본비율을 150% 이상 유지해야 하고 300% 이상을 유지해야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3월 말 기준 순자본비율은 398%로 매우 안정적이고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후순위채 발행에 앞서 결정된 1675억원의 주주 배당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7일 주당 1100원의 배당(배당성향 51.4%)을 결정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과 견주거나,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주당 250원, 9.9%)나 같은 계열사인 우리은행(315원, 11%)의 배당성향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고액배당이 나가게 되면 순자본비율은 350% 아래로 내려가게 되고,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고액배당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한 셈이 된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다른 증권사의 고위 임원은 “순자본비율이 내려가는 위험을 막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 가면서까지 고배당정책을 유지하는 건 매우 비상식적인 경영”이라며 “틀림없이 속사정이 있을 텐데, 대주주(우리금융지주)가 고배당을 요구했기 때문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구희득 우리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지주 쪽이 계열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18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주의 새 회장 선임을 앞두고 경영진이 미리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 장정욱 홍보팀장은 “고배당 정책은 수년간 유지해온 것이고, 후순위채 발행은 NCR 유지를 위한 것일 뿐 배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우리투자증권 후순위채 발행 자금 사용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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