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자산배분 현황
경제관료도 금융자산 20% 그쳐…“후진국형 배분”
안정적 노후위해 현금확보 쉬운 금융투자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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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위관료들의 자산 배분은 몇 점일까? 지난 24일 공개된 경제 고위관료들의 재산 내역을 보면 평균 80% 안팎의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이고 금융위원장도 금융자산이 30%대에 불과했다. 부동산 쏠림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두 가지 차원에서 ‘전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자산 배분’이면서 동시에 전형적인 ‘국내 자산가들의 배분’ 형태라는 것이다.
■ 분산은 기초 전문가들은 모두 고위 공직자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자산관리의 기초인 ‘분산’이 이뤄져 있지 않은 탓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선진국과 견줘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지나치게 부동산에 몰려 있다”며 “이렇게 자산을 배분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 때 가계의 재무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부동산과 주식 같이 서로 상관 관계가 적은 자산들에 자금을 적절히 분산해 놓는 것이 현명한 ‘자산 관리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자본 시장이 발달한 선진국들의 경우 가계 자산 중 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2006년 기준으로 미국 가계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76.8%에 달한다.
부동산 집중은 또 효율적인 자산 관리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금융시장 발달과 함께 국내외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 기회가 늘고 있지만, 부동산에 자금에 몰려 있으면 이런 기회를 활용하기 어렵다.
강정구 삼성증권 마스터 피비(PB)는 “최근 금융 상품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는 자산가들은 몇 년전부터 금융 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라며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면 효율적 자산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물론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2005년에 1급 이상 공무원을 비롯 재경부와 금감위의 4급 이상 공직자 들이 ‘직무와 관련’ 있는 주식을 3천만원어치 이상 직접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주식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된 탓이다.
■ 노후엔 현금 전문가들은 특히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 비중을 줄이라고 충고했다. 노인이 되면 수입은 줄고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손쉬운 현금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유동화가 힘들 뿐 아니라 세금 등 고정 비용이 들고, 자산관리 자체가 매우 까다로워 안정적인 노후 대책 자산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상윤 미래에셋증권 자산배분컨설팅 팀장은 “부동산 시장 자체가 협소하고 접근이 어려운 만큼 경매나 재개발 지역의 정보에 밝은 투자자가 아니라면 나이가 들수록 좀더 접근이 쉬운 금융 투자 상품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은숙 이정연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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