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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주가 반등 일러야 4분기

등록 2008-03-23 21:06

반도체와 국제 유가 추이
반도체와 국제 유가 추이
이종우의 흐름읽기
미국과 따로놀기 힘들어…경기둔화 국면 진입
미 연준 ‘카드’ 바닥나…휴지기 계속 이어질듯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 ‘테제(These)’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헤겔의 변증법에 나오는 단어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최초의 명제를 뜻하는데, 이 단어가 유행했던 것은 유명한 레닌의 ‘4월 테제’때문이었다.

주식시장의 테제를 정해 보자.

우선 ‘한국 경제가 미국과 차별화를 계속할 수 있을까’이다.

미국 경제는 이미 둔화 수준을 넘어 침체 단계로 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올 들어 처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과 달리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한다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없다. 반면 우리 경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면 주식시장은 경기 둔화를 반영한 또 한 차례의 하락세에 빠져들 수 있다. 현재로서는 우리 경제의 동조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일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 금리 등 가격 변수가 불리하게 움직였고, 올들어 선진국 경기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이 우리 경기가 둔화되는 초기인데 경기 둔화에 따른 악영향이 더 나타날 수 있다.

둘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이다.

1990년 이후 미국은 장기 호황을 누리면서 선순환의 경제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런 환경 덕분에 중간 중간 경기 둔화 때 미 연준이 썼던 상당수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했고 연준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마디로 ‘미 연준의 정책=성공’이라는 등식이 성립한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연준의 정책 효과가 약하게 나타난다면? 사정이 이렇게 되면 연준이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지기 때문에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다. 1980~81년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1980년 초에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침체가 나타났다. 미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강력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정책의 효과로 1980년말~81년 상반기에 걸쳐 경제가 약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효과는 1년이 못 돼 사라졌다. 1981년 하반기에 경기가 다시 둔화됐으며 주식시장은 홍역을 치뤘다.

지금은 미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은 바닥을 드러내는데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갑갑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미국 정부와 연준은 검증되지 않은 정책까지 동원해 필사적으로 경기 둔화를 막으려 할 것이다. 그 때문에 연말 쯤 어느 정도 부양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인데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셋째 ‘스테그플레이션은 발생할 것인가’이다.

결론만 얘기하면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스테그플레이션보다 현재는 인플레이션 요소와 디플레이션 요소가 한데 엉킨 가운데 우리가 불리한 패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가격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팔아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석유를 사야 되는 나라다. 과거에는 반도체 50개를 팔아 석유 한 배럴을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100개를 팔아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주가가 1500포인트대까지 떨어져 추가적인 하락 폭이 크지 않은 반면, 빠른 전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브프라임과 신용 경색을 지나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 반영될 때까지 휴지기가 계속될 것이다. 전환 시기는 빨라야 4분기 정도로 기대된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prov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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