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스프레드 / ABX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소방차를 타고 달려오던 벤 버냉키가 헬기로 갈아탔다. 얽히고 설킨 월가의 도로가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고 있어 처음 불이 난 모기지 동네로 직접 날아가 물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돈을 공중에서 살포하겠다니 과연 ‘헬리콥터 벤’이라 불릴만 하다. 시장에서 왕따당한 모기지 증권을 가져오면 미 중앙은행이 국채로 바꿔주겠다는 착한 버냉키를 보니 어릴적 용돈이 궁해 집안의 고철을 갖고 가면 동전을 얹어 주던 엿장수 아저씨가 생각난다. 또 대학 때 술이 고파 친구 하숙집에 있던 텔레비전을 몰래 들고 나와 현금으로 바꿨던 전당포가 그리워진다. 최후의 대출자라는 미 연방은행은 고물상일까? 전당포일까?
헬기 탄 버냉키 불길 못잡아
금리격차·파생지수 ‘한겨울’ ■ 미국판 구제금융=국채 임대 방식(TSLF)으로 28일간 빌려준다는데 만약 상환을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연장해 줄 것이다. 그래도 계속 못갚으면 연방은행이 담보로 잡은 모기지 증권을 아예 사들일 지도 모른다. 그러면 전당포가 아니라 고물상이다. 월가가 내심 바라는 방안이기도 하다. 공적자금의 투입이고 미국발 구제금융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997년 한국 구제금융과 비교하면 감독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미 연준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 외환위기 때는 살인적 고금리로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강요했지만 지금 미국은 금리인하로 위기를 지연시키거나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게 결정적 차이다.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보강한다는 것은 환자에게 수혈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이 환자는 지금 피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피가 돌아야 할 혈관이 막혀 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신용 경색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이때 정부는 재정 확대의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감세정책이 나온다. 하지만 미래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은 환급받은 세금을 죄다 저축해버린다. 일시적 소득은 소비를 늘리지 못한다는 항상소득 가설을 주장한 프리드먼의 위대함만을 확인할 뿐이다. 오죽하면 환급 세금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줘야 한다는 우스개까지 나왔을까. 어쨌든 자꾸 부실자산을 담보로 잡아주거나 사들이면 전당포 자체가 허약해진다. 그 전당포가 찍어낸 달러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실자산을 털기 위해 급전이 필요해진 미국 투자은행들은 개미들의 펀드가 받쳐주고 있는 한국 증시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 치우니 코스피와 원화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 신용위기 지표들=글로벌 금융시장의 폭락이 미국의 신용경색에서 왔으니 무엇보다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 추세를 나타내는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안전자산과 덜 안전한 자산의 금리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이 태평성대일 때는 위험자산에도 자금이 몰려 안전자산과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만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반대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3개월 만기 미국 국채와 리보의 금리 차이가 대표적이다. 리보는 런던 금융시장에서 은행간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리보 금리는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 국채 금리는 내려갔다. 리보 금리에서 미 국채 수익률을 뺀 수치를 TED(Treasury-EuroDollar)스프레드(?5C 왼쪽 그래프)라고 부르는데 이게 낮아지면 단기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다. 미 국채와 회사채간 금리차도 같은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연방기금 금리를 내려도 시장이 고장나면 기업의 채권 금리는 내려가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직결되는 파생상품 지표도 있다. 모기지 증권 투자자는 부도에 대비해 보험을 든다.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더라도 원금을 대신 상환받으려는 것이다. 이 보험 상품이 신용부도스왑(CDS)이다.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면 당연히 보험료도 많이 내야한다. 기업들의 CDS를 모아 종합지수처럼 만든 게 CDX다. CDX는 미국물 중심이며 iTraxx는 유럽·아시아 지수다. 모기지 증권의 신용위험을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건 ABX(?5C오른쪽 그래프)다. ABX.HE는 모기지 파생상품의 가격을 나타낸다. 100에서 CDS 보험료를 뺀 것으로 채권값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원리를 연상하면 쉽다. 최근 ABX 그래프의 추세를 주식으로 비유하면 지하실을 뚫고 있는 부도 직전의 관리종목이다. 이는 모기지 연체율이 높아지고 주택 파생상품 시장의 신용위험이 매우 커지고 있음을 말한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금리격차·파생지수 ‘한겨울’ ■ 미국판 구제금융=국채 임대 방식(TSLF)으로 28일간 빌려준다는데 만약 상환을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연장해 줄 것이다. 그래도 계속 못갚으면 연방은행이 담보로 잡은 모기지 증권을 아예 사들일 지도 모른다. 그러면 전당포가 아니라 고물상이다. 월가가 내심 바라는 방안이기도 하다. 공적자금의 투입이고 미국발 구제금융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997년 한국 구제금융과 비교하면 감독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미 연준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 외환위기 때는 살인적 고금리로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강요했지만 지금 미국은 금리인하로 위기를 지연시키거나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게 결정적 차이다.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보강한다는 것은 환자에게 수혈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이 환자는 지금 피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피가 돌아야 할 혈관이 막혀 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신용 경색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이때 정부는 재정 확대의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감세정책이 나온다. 하지만 미래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은 환급받은 세금을 죄다 저축해버린다. 일시적 소득은 소비를 늘리지 못한다는 항상소득 가설을 주장한 프리드먼의 위대함만을 확인할 뿐이다. 오죽하면 환급 세금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줘야 한다는 우스개까지 나왔을까. 어쨌든 자꾸 부실자산을 담보로 잡아주거나 사들이면 전당포 자체가 허약해진다. 그 전당포가 찍어낸 달러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실자산을 털기 위해 급전이 필요해진 미국 투자은행들은 개미들의 펀드가 받쳐주고 있는 한국 증시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 치우니 코스피와 원화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 신용위기 지표들=글로벌 금융시장의 폭락이 미국의 신용경색에서 왔으니 무엇보다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 추세를 나타내는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안전자산과 덜 안전한 자산의 금리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이 태평성대일 때는 위험자산에도 자금이 몰려 안전자산과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만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반대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3개월 만기 미국 국채와 리보의 금리 차이가 대표적이다. 리보는 런던 금융시장에서 은행간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리보 금리는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 국채 금리는 내려갔다. 리보 금리에서 미 국채 수익률을 뺀 수치를 TED(Treasury-EuroDollar)스프레드(?5C 왼쪽 그래프)라고 부르는데 이게 낮아지면 단기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다. 미 국채와 회사채간 금리차도 같은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연방기금 금리를 내려도 시장이 고장나면 기업의 채권 금리는 내려가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직결되는 파생상품 지표도 있다. 모기지 증권 투자자는 부도에 대비해 보험을 든다.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더라도 원금을 대신 상환받으려는 것이다. 이 보험 상품이 신용부도스왑(CDS)이다.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면 당연히 보험료도 많이 내야한다. 기업들의 CDS를 모아 종합지수처럼 만든 게 CDX다. CDX는 미국물 중심이며 iTraxx는 유럽·아시아 지수다. 모기지 증권의 신용위험을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건 ABX(?5C오른쪽 그래프)다. ABX.HE는 모기지 파생상품의 가격을 나타낸다. 100에서 CDS 보험료를 뺀 것으로 채권값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원리를 연상하면 쉽다. 최근 ABX 그래프의 추세를 주식으로 비유하면 지하실을 뚫고 있는 부도 직전의 관리종목이다. 이는 모기지 연체율이 높아지고 주택 파생상품 시장의 신용위험이 매우 커지고 있음을 말한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