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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재벌기업, 너도나도 증권업 ‘눈독’

등록 2008-03-05 20:34수정 2008-03-06 00:31

재벌 증권사 시대 ‘금융꽃 피거나 곪거나’
재벌 증권사 시대 ‘금융꽃 피거나 곪거나’
6~7개 그룹, 증권사 신규설립·인수추진 ‘봇물’
은행업 간접 진출 효과…수익 청사진 못 내놔
“경쟁촉진” “사금고 전락” 기대반 우려반
증권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증권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제조업으로 커온 재벌그룹들의 증권시장 진출이 두드러진다. 재벌들의 가세로 증권업 빅뱅이 조금 더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과거 재벌 증권사의 폐단을 언급하며 재벌의 증권업 진출이 환영할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증권업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재벌기업은 6~7곳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신흥증권을 인수했고, 조선업체인 에스티엑스(STX)그룹도 최근 금융위원회(옛 금융감독위원회)에 증권사 신규 설립 신청서를 냈다. 두산그룹은 비엔지(BNG)증권중개 인수를 추진 중이고, 최근 대한화재를 인수한 롯데그룹은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코스모투자자문 인수를 위한 검토를 하고 있다. 지에스(GS)그룹도 자산운용사 신규 설립을 검토하고 있고, 아주그룹 등은 교보·대신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그룹은 올 들어 유진투자증권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재벌들이 증권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앞으로 증권업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블루오션으로 본다. 특히 굴뚝산업으로 규모를 키워온 재벌 1세대와 달리 재벌 2, 3세대들은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자본시장에 더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또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에도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될 예정이어서, 은행업에 간접 진출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자금조달이 한결 쉬워지고, 인수·합병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재벌의 증권업 진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단 자금력이 풍부한 재벌이 증권업에 뛰어들면, 그만큼 증권사 간 경쟁이 촉진돼 빅뱅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선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IB)이 조기에 탄생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 아직까지는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재벌이 이렇다할 청사진 없이 증권업에 뛰어드는 현재의 모양새로 볼 때 자칫 증권사들간에 나눠먹기식의 과당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기반 없이 증권사만 난립할 경우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 재벌 계열 증권사가 저지른 부당행위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삼성·현대·에스케이 등 주요 재벌 증권사들은 계열사의 실권주를 고가에 인수하거나 계열사에 부당지원을 해주고, 계열사의 주가를 조작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경험을 갖고 있다. 최근 삼성 특검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삼성증권이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다수 개설한 점은 증권사가 그룹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권혁세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신규 설립 허가 심사 과정에서 증권사 대주주로서의 적격성 등을 충분히 검증할 것”이라며 “나아가 사후 감독을 철저히 해 과거 재벌 증권사의 불법 행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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