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화 과정
[한광덕 기자의 투자길라잡이]
저신용자 볼모 투기 합작…금융자본 약탈성 드러내
저신용자 볼모 투기 합작…금융자본 약탈성 드러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해를 바꿔가며 세계 금융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마치 서브머린처럼 잠잠한 듯 하다가는 이내 고개를 쳐들며 파문을 그려낸다. 물 밑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 부채들의 이합집산=미국 모기지 업체들은 저금리와 부동산값 상승을 업고 마구 돈을 빌려줬다. 한국의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을 연상할 정도다. 발자국이 없다는 금융자본은 자기 확장의 본성으로 높은 이동성을 가지고 있다. 성질 급한 모기지 업체도 대출채권을 그냥 놔두지 않고 대형 투자은행들에게 팔아버린다. 조기 회수한 돈으로 다시 대출을 늘린다. 투자은행들도 이 모기지들을 묶어서 MBS(Mortgage-Backed Securities)라는 주택저당증권을 만들어 헤지펀드나 투자자들에게 판다. 또 모기지, MBS, 회사채 등 이자만 나온다면 어떤 자산이라도 함께 섞은 다음에 다시 신용등급별로 쪼개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라는 부채담보부증권을 만들어 판다. 신용이 낮은 등급의 채권일수록 수익은 나중에 받고 손실은 먼저 지는 구조이므로 위험의 대가로 수익률이 높다. 마치 곗돈 타는 순서와 비슷하다. 분명한 것은 원어 표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빚을 담보로 한 증권이란 것이다. 부채가 유동화란 마술을 통해 현금성 자산처럼 거래됐다. 그런데 섞어놓은 모기지에서 부도가 나기 시작했다. 섞었다가 쪼개버린 파생상품의 암호를 해독하기도 전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는 형국이다.
■ 보증기관과 보증채권의 동반 추락=모기지의 부도에 대비한 보험상품이 있다. 빌려간 돈의 채권을 산 투자자는 원리금을 못받을 위험을 피하려 신용부도스왑인 CDS(Credit Defauit Swap)를 산다. 이 상품을 파는 보험회사는 수수료를 받고 채권이 상환 안 될 때 대신 갚아준다. 일부 헤지펀드는 부채담보부증권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주택 경기가 더 나빠질 것(보험상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CDS를 매수한다. 헤지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사는 것이다.
모기지 부실은 마침내 미국 최대 채권보증회사들까지 덮쳤다. 일반 보험회사와 달리 금융상품만 보증한다고 해서 모노라인(monoline)이라 불리는 채권보증사들은 요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신용을 보증하는 기관이 신용을 강등 당한다는 것은 사실상 영업정지 명령에 가깝다. 문제는 보증회사 등급 하락→보증채권 신용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위험이다.
■ 신흥국의 비애=기업이 자금난에 몰렸을 때 언론은 ‘유동성 위기’라고 뭉뚱그려 표현한다. 그런데 유동성 위기란 자금 유출입의 시차로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사업이 계속 손실이 나서 현금흐름이 악화된 경우는 부도 위기라고 말하는 게 적합하다. 서브프라임 사태도 유동성 위기라기보다는 신용의 부도 위기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미국의 중앙은행은 종이 달러를 또 찍어내 헬기에서 뿌리겠다고 한다. 한국의 외환위기 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고금리의 고통을 강요했던 미국이 자국에 대해선 매우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파생상품을 통한 ‘부동산의 유동산화’는 위험의 크기를 줄이지 못한 채 부채의 실체만 실종시켜 버렸다. 금리인하가 모기지 연체율 변화로 반영되는 데 약 1년 정도의 시차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올 증시는 최소한 상반기까지 뉴욕과 상하이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미국 금리인하로 달러 약세와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인지도 살펴야 한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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