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세무조사 탓 · 대세 하락분석 탓 14일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 매도 공세로 종합주가지수가 올들어 최대의 내림폭(-27.39)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선물을 매도한 이유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국내 증시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이날 정부의 외국계 펀드에 대한 전격 세무조사가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9808계약을 순매도했다. 한 투자주체가 선물시장에서 하루에 1만계약 가까이 순매도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외국인들은 지난 2월1일 7266계약을 순매도한 것이 올해 최대였다.) 외국인들이 선물을 팔아치우면서 베이시스가 악화됐고 이는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현물(주식) 매도로 연결됐다. 그 결과 선물과 직접 연결돼있는 차익거래에서 2652억원, 비차익거래에서 3072억원의 순매도물량이 쏟아졌다. 이날이 옵션만기일인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날 시장의 악재는 세가지 정도였다. 미국 증시의 큰 폭 하락, 15일의 삼성전자 실적 발표, 국세청의 외국자본 세무조사다. 지승훈 대투증권 연구원은 마지막에 중점을 뒀다. 그는 “삼성전자 실적이 별로라거나 미국 증시가 부진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외국인들이 이 정도로 선물을 팔아치울 재료는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 보기에 우리 정부가 5%룰 강화에 이어 세무조사까지 들고 나오자 심기가 불편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물 매도는 결국 현물 매도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데, 주식을 대규모로 팔면 시장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선물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매도공세 의중해석 분분
삼성전자 실적발표 이후 지켜봐야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두 사안을 그대로 꿰어맞출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단 정부의 세무조사 대상 펀드들은 부동산이나 부실채권 투자를 주로 하는 펀드들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이 별 것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 외국인 매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미국증시의 큰 폭 하락 등이 향후 주가를 약하게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세무조사가 심리적 부담은 되겠지만 직접적으로 연관짓기엔 무리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거래가 부진한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도가 나오니까 주가가 큰 폭으로 밀린 것”이라며 “투자주체들이 전체적으로 증시를 나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낙관론을 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삼성전자 실적 발표 직전에도 외국인들이 선물을 대규모로 팔았다”며 “하지만 실적 발표와 함께 대규모 순매수로 전환한 만큼 이번에도 꼭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이 외국인을 ‘왕’처럼 대접해주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변하니까 더욱 민감하게 느꼈을 수 있다”며 “세무조사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실적이 발표되는 15일을 기점으로 2~3일을 더 지켜봐야 외국인의 진정한 의중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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