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난징루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주식투자자들이 시세판을 쳐다보고 있다. 이날 객장에는 주로 50~60대인 주식투자자 200여명이 아침부터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뜨게질을 하거나 준비해 온 차를 마시면서 하루를 보내는 투자자도 눈에 띄었다. 상하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현지전망 “상승” 일색…밖에서만 “버블”
시장보다 영향력 큰 당국정책이 변수로
시장보다 영향력 큰 당국정책이 변수로
진단! 차이나 리스크/
② 2008 증시 계속 날개 달까
“버블의 정의가 궁금하다면, 상하이 증시를 보라.” 지난해 10월 중국 증시가 고점을 찍었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버블론의 핵심 근거는 중국 주가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06년에 150%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97% 상승했다. 주가가 기업이익에 견줘 얼마나 높게 형성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 증시 버블론은 주로 중국 밖에서 많이 나온다. 오히려 경기가 다소 과열 양상을 보이더라도 중국 증시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국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정부의 잇따른 긴축 조처도 속도조절 이상의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
중국 <상하이증권보>가 중국 10대 증권사에 올해 증시 전망을 물어본 결과를 보면, 고성장세 지속과 베이징 올림픽 특수에 따른 내수시장 확장 등으로 현재 5400대인 상하이종합지수가 7천~8천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다만, 지난 2년에 걸친 높은 상승세 탓에 투자심리가 불안해진데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유통주의 물량 출회에 따라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은 있다.
중국 10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포티스-하이퉁 자산운용의 머우융닝 리서치센터장은 “큰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상승 추세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미국 경기 둔화로 수출 기업은 타격을 입겠으나 올림픽 특수를 볼 내수 업종을 매수한다면 적지 않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상장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밝다. 국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상하이 A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76.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중국 증시의 향배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시경제는 물론 금융시장과 개별 기업에 대한 당국의 영향력이 매우 큰데다 페트로차이나 등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 대부분이 국영기업이기 때문이다.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중국 증권사들도 증시 전망을 할 땐 시장보다 시장을 움직이는 정부의 정책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기존의 경기과열 억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 방지와 빈부격차 해소를 뼈대로 하는 민생 중시를 올해 경제정책 운영방향으로 결정했다. 정이훈 미래에셋증권 베이징사무소장은 “금리·지급준비율 인상, 대출 규제 정책은 지난해보다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약법과 기업법인세법 등 기업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제도 변화도 증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약법은 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퇴직금 등을 지급하도록 한 법이다. 일각에선 적지 않은 노사분쟁도 예견한다.
기업공개(IPO) 물량 조절이나 중국 안 자금의 국외 투자를 허용하는 ‘적격 국내 기관투자자 제도’(QDII)의 운용방향도 관심사다. 이성호 금융감독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정책 하나 하나가 경제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체 경제 동향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것 같다”며 “중국 정부를 보면 증시는 물론 경제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상하이/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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