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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주가 추가하락’의 변수는 중국

등록 2007-12-02 21:39

1990년 대만 주식시장 급등락 현황
1990년 대만 주식시장 급등락 현황
이종우의 흐름읽기
선진국 경기 둔화로 소비 줄면 큰 타격 불가피
‘기업 수익성 악화→주가 급락’ 현실화할 수도

“앞으로 주가가 떨어져 사회적 문제가 생겨도 정부에 더 이상 선처가 있기를 기대하지 말라. 보호할 가치가 없는 투기꾼을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 줄 수는 없다.”

섬뜩한 이 말이 대만에서 실제로 있었다. 1990년 대만 주식시장은 지금의 중국 시장보다 더 뜨거웠다. 1985년 640이었던 주가지수가 1990년 1만2400까지 급등했다. 급등 이유는 연 7~8%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과 막대한 무역흑자에 따른 유동성 증가 때문이었다. 주가 상승으로 모든 관심이 시장으로 모이자 대만 정부는 수차례 규제와 경고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공염불에 그치자 마침내 ‘더 이상 정부의 선처를 기대하지 말라’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이다. 주가가 치솟으면서 많은 이상 현상들이 곳곳에서 돌출했다.

우선 대만처럼 작은 나라에서 증권사와 투신사 등 증권 관련 회사가 몇년 사이에 400개 넘게 생겼다. 증권사 직원들의 연간 보너스는 3000% 수준까지 올라갔다. 요즘 중국 시장에서는 고객이 직원보다 빨리 출근해 증권사 출입문 앞에 포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당시 대만 시장 열풍에 비하면 이건 ‘깜’이 못 되는 것이다.

문제의 1990년 2월12일. 대만 주가지수가 1만2424를 고점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해 그해 10월11일에는 2573까지 떨어졌다. 불과 7개월 20일 만에 주가가 79%나 폭락한 것이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대만 주식시장은 1990년 사상 최고치 대비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팍스 시니카(Pax Sinica: 중국 주도의 세계 질서).’ 최근 중국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용어다. 팍스 시니카의 핵심 근거는 연 10%가 넘는 경제 성장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이 매년 10% 넘게 성장을 해왔고,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성장 기여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부상하리라는 얘기다. 중국에 대한 기대가 이렇게 커지다 보니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선진국 소비 둔화 부분까지도 모두 중국이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오랜 투자를 통해 많은 공장이 지어졌다.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 만큼 많은 물건이 생산된다. 그런데 중국 경제의 균형은 내수 확대와 아울러 선진국의 수입 증가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만일 선진국 경기가 둔화돼 소비가 줄어들 경우 중국은 많은 생산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과거 예를 살펴 보자. 지난 2000~2005년까지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2004년 일시적으로 4%대까지 올라간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랜 기간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가는 2001년 2200에서 2005년 말 1050까지 50% 가까이 떨어졌다. 당시 성장률이 현재와 비슷한 10%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주가가 이렇게 급락한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높고 생산 설비도 늘었지만 낮은 가격에 제품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기업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선진국 경기가 둔화돼 소비가 줄어들 경우 중국 시장이 느끼는 압력은 2001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 분명하다. 2001년만 해도 중국에 유휴 인력이 많아 제품 가격이 떨어져도 수익성을 보전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인건비가 올라 수익성을 보전하기 힘들어졌다. 주가도 2001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졌다. 실제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6년 반 동안 주가는 3배 정도 오른 반면, 최근에는 2년 만에 5배 가까이나 폭등한 상태다.

11월 한달 동안 코스피지수를 250 가까이 밀어 내린 주역은 미국이었다. 다행히 중국 시장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우리 시장도 바닥을 다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향후 2차 하락의 진원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여러 측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틀림없지만, 지금은 먼 미래의 그림만 믿고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중국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prov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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