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추가인하 시사에 28.44 상승 1900선 회복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 의장이 미국의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금리인하 필요성을 내비쳤다. 미국 증시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 29일(현지시각) 사흘째 상승을 이어간 데 이어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30일 중국을 제외한 주요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버냉키 의장은 29일 저녁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9~10월 중 나아졌던 금융시장이 지난달 되풀이된 요동으로 일부 다시 악화되면서 (경제) 전망이 중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가계 소득과 지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휘발유값 상승과 집값 하락, 신용 경색, 주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소비자들에게 모종의 역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연준 정책 결정자들이 극도로 주의하고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냉키의 이런 발언은 11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9월과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5%로 0.7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44(1.51%) 오른 1906.00으로 마감했다. 1900선을 회복한 것은 11월16일 이후 처음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이날 1.08% 오르며 장을 마감했고, 대만 자취안지수, 홍콩 항셍지수, 싱카포르 에스티(ST)지수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다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도 2.63%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주가 급등과 월말 수출 네고 물량 출회 등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달러당 7.60원 급락한 921.10원으로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만큼 세계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 추세를 회복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 침체 등 위험요소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이번 반등을 추가적인 하락을 제한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향후 미국 경기 침체 여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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