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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성장주는 동전의 양면
‘칵테일 파티’ 지금은 몇시일까

등록 2007-11-18 21:43수정 2007-11-18 21:47

한광덕기자의 투자길라잡이
한광덕기자의 투자길라잡이
한광덕기자의 투자길라잡이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지난달 방한에 맞춰 한 증권사는 ‘버핏이 코스닥에 투자한다면?’이란 보고서를 냈다. 퀴즈같은 이런 질문에 ‘없다’ 또는 ‘안한다’가 정답이라는 우스개도 퍼졌다고 한다. 버핏은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주식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버핏은 빌 게이츠와 평생 친구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보고서는 버핏의 투자원칙에 맞는 회사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7개 종목을 제시했다. 가치투자 관점에서 매출액 증가율과 자기자본 이익률이 3년 넘게 15% 이상이고 지난해 주가수익비율이 15배 이하인 종목을 골랐다. 이를 본 어느 투자 칼럼니스트는 “버핏의 관점으로 보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10년 뒤가 보일 회사인 지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기술개발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른바 ‘황의 법칙’에 시달려야하는 회사들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버핏의 투자 대상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라고 지적했다.

주식을 둘러싼 고수들의 논쟁은 저마다 설득력이 있어서 일반인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가장 뿌리깊은 논쟁은 가치주와 성장주의 숙명적 격돌이다. 가치투자의 원조 벤저민 그레이엄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주식을 사되 실수를 피하려면 안전거리를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수제자 버핏은 내재가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기업을 골라 묻어두라고 권한다. 가치투자는 단지 재무제표를 뒤지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가 투자에 성공한 종목 중에는 부인이 추천한 여성용 스타킹 회사도 있었다고 한다. 성장주 투자의 개척자로 불리는 필립 피셔는 주가가 절반 정도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은 잘해야 2배이지만 성장주를 사면 수익률이 수십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역시 성장주 옹호자인 로 프라이스는 호황을 이룰 산업을 우선 선택한 뒤에 여기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방식으로 투자했다고 한다. 성장주가 자라날 수 있는 비옥한 땅을 찾는 데 역점을 둔 것이다. 한편 ‘투자의 귀재’-‘국제 투기꾼’이라는 양 극단의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는 주가 자체가 내재가치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순환논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증시 흐름을 업고 성장론자들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일찌감치 가치주 시대의 종언을 설파했다. 시장의 무게중심은 이미 성장주로 이전했으며 가치투자가 다시 빛을 보려면 주변에 담배 한갑이면 살 수 있는 주식들이 넘쳐나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주가수익비율이 높은 신세계 주식을 버핏이 매수한 사례를 들며 전통적인 가치투자 관점이 바뀌었으니 이젠 기업의 경쟁력을 보고 사야 한다고 했다. ‘미래에셋 따라하기’란 말이 생길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온 일부의 문제제기에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해답은 시간이 쥐고 있다. 미래에셋이 투자한 기업의 주가 상승만큼이나 앞으로 그 회사의 이익도 증가한다면 일부의 우려는 단순한 질시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날 것이다.

유명 펀드매니저인 제임스 오쇼네시는 가치-성장주 투자전략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치전략은 수익의 변동성을 줄여주고 성장전략은 높은 잠재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버핏도 성장과 가치투자는 같은 것이라고 했다. 성장은 결국 가치의 증가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포에 떨 때 용기를 내고 모두가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라는 가치투자의 정석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피터 린치의 ‘칵테일 파티’는 그래서 유익하다. 파티에 온 사람들이 옆에 펀드매니저가 있으면 슬그머니 빠져나가 치과의사나 영화배우 옆으로 모이게 되면 증시가 조만간 반전될 것이라는 신호다. 반면 파티 참석자들이 피터 린치 주위로 몰려와 자신의 보유 종목 칭찬을 늘어놓게 되면 증시는 상투라는 진단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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