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율 전후한 주가 흐름도
이종우의 흐름읽기
실체도 없는 재료 빌미로 일시적 주가 급등
시간 지나면 관심 밖으로…투자원칙 지켜야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 거꾸로 20년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아주 치열하게 선거를 치렀던 1987년 대선 때도 ‘노태우 주’ ‘김대중 주’가 없었는데 올들어 갑자기 ‘대선후보 테마주’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대선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 이벤트임에는 틀림없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선거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다음 세가지 점을 주의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과거와 비교해 선거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주식시장에 선거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시기는 87년 대선 때였다. 당시 여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뒤 주가가 4개월 가까이 올랐다. 주가 상승이 전적으로 선거 결과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우려 대상이었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후 선거가 주가에 끼치는 영향력은 눈에 띄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88년에 처음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을 때 시장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등의 우려로 주식시장이 크게 동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작 주가는 선거 다음날에만 소폭 하락한 뒤 곧바로 제자리로 복귀했다. 시장이 선진화될수록 주가는 정치적 이벤트에 둔감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시장은 미국보다 훨씬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겠다. 2000년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을 당시 20일 넘게 당선자를 가리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 주식시장은 사흘이 지난 뒤부터 ‘정치적 불안정’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마 우리 시장이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하루 이틀 정도 주춤하다 다시 제자리를 찾았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선거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경제가 좋을 때는 경제 공약들이 주가에 모두 반영되지만, 반대 경우에는 효과가 없다. 3저 호황기였던 87년 대선의 경우를 보면, 공약인 서해안 개발 계획과 북방 정책은 건설과 무역주를 선도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외환위기가 닥친 97년에는 외환위기 책임론을 제외하면 어떤 경제 이슈도 시장의 쟁점이 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선거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거론됐던 종목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대부분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정동영 주’ ‘이명박 주’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에도 선거 전에 후보의 유·불리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있었다. 2002년 대선 때도 보면 충청지역에 기반을 둔 건설회사 주가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되던 3월과 대통령에 당선된 12월에 일시적으로 40% 가량 오른 적이 있지만, 선거 이후에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미국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선거판을 압도할 때는 정보기술(IT)주식이, 공화당이 유리할 때는 정유와 방위산업주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두 진영이 기반을 두고 있는 산업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보기술 산업이 정치 자금의 근원이자 지지 기반인 반면, 공화당은 전통 산업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 우연인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주가가 오른 종목이 석유화학과 정유산업인 반면, 정보기술 쪽은 6년 내내 지지부진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난데없이 ‘선거 관련 주’가 등장한 것은 주가가 많이 오른 데 원인이 있다. 대형주 중에서도 주가순이익배율(PER)이 20~30배 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자 변동성이 더 커져 약간의 호재만 나와도 큰 폭으로 상승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후보의 유불리에 따라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 오면서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주가가 상승하면서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데,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실체도 없는 선거 테마주에 휘둘리기보다는 기업의 내용과 실적을 꼼꼼히 따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provest.com
시간 지나면 관심 밖으로…투자원칙 지켜야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 거꾸로 20년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아주 치열하게 선거를 치렀던 1987년 대선 때도 ‘노태우 주’ ‘김대중 주’가 없었는데 올들어 갑자기 ‘대선후보 테마주’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대선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 이벤트임에는 틀림없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선거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다음 세가지 점을 주의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과거와 비교해 선거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주식시장에 선거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시기는 87년 대선 때였다. 당시 여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뒤 주가가 4개월 가까이 올랐다. 주가 상승이 전적으로 선거 결과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우려 대상이었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후 선거가 주가에 끼치는 영향력은 눈에 띄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88년에 처음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을 때 시장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등의 우려로 주식시장이 크게 동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작 주가는 선거 다음날에만 소폭 하락한 뒤 곧바로 제자리로 복귀했다. 시장이 선진화될수록 주가는 정치적 이벤트에 둔감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시장은 미국보다 훨씬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겠다. 2000년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을 당시 20일 넘게 당선자를 가리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 주식시장은 사흘이 지난 뒤부터 ‘정치적 불안정’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마 우리 시장이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하루 이틀 정도 주춤하다 다시 제자리를 찾았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선거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경제가 좋을 때는 경제 공약들이 주가에 모두 반영되지만, 반대 경우에는 효과가 없다. 3저 호황기였던 87년 대선의 경우를 보면, 공약인 서해안 개발 계획과 북방 정책은 건설과 무역주를 선도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외환위기가 닥친 97년에는 외환위기 책임론을 제외하면 어떤 경제 이슈도 시장의 쟁점이 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선거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거론됐던 종목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대부분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정동영 주’ ‘이명박 주’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에도 선거 전에 후보의 유·불리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있었다. 2002년 대선 때도 보면 충청지역에 기반을 둔 건설회사 주가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되던 3월과 대통령에 당선된 12월에 일시적으로 40% 가량 오른 적이 있지만, 선거 이후에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미국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선거판을 압도할 때는 정보기술(IT)주식이, 공화당이 유리할 때는 정유와 방위산업주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두 진영이 기반을 두고 있는 산업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보기술 산업이 정치 자금의 근원이자 지지 기반인 반면, 공화당은 전통 산업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 우연인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주가가 오른 종목이 석유화학과 정유산업인 반면, 정보기술 쪽은 6년 내내 지지부진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난데없이 ‘선거 관련 주’가 등장한 것은 주가가 많이 오른 데 원인이 있다. 대형주 중에서도 주가순이익배율(PER)이 20~30배 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자 변동성이 더 커져 약간의 호재만 나와도 큰 폭으로 상승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후보의 유불리에 따라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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