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현황
현대캐피탈·카드 발판 증권사 설립할 듯
시민단체 “재벌들 문어발 경영 재연 우려”
시민단체 “재벌들 문어발 경영 재연 우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증권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18일 “그룹 차원에서 증권업 진출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러나 시중에 떠도는 현대증권 인수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증권업 진출은 현재 소비자금융을 하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두 회사를 발판으로 삼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증권사의 업무 영역이 크게 넓어지고 기능도 강화됨에 따라 카드·캐피탈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나아가 증권사를 통해 계열사들의 자금 조달이 한층 용이해지고 금융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증권사를 새로 설립하는 방식으로 증권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증권사 인수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자통법의 국회 통과를 전후로 이미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뿐만 아니라 인수·합병 가능성이 점쳐지는 증권사들까지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가격 거품이 낀 증권사를 무리하게 인수하기보다는 증권사를 새로 설립하는 것이 더 손쉬운 전략이라는 예기다.
현대카드 관계자도 “증권사를 신규로 설립하는 방안과 (현대증권이 아닌) 매물로 나온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 등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며 “현재로선 신규 증권사 설립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증권사를 새로 설립하려면 금융감독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 홍영만 금융감독위원회 홍보관리관은 “이달 말까지 증권사 신규 설립 요건을 확정할 것”이라며 “증권사를 설립하려면 올 11~12월 중에 신규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증권업에 뛰어들더라도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임원은 “다른 업종은 몰라도 금융 쪽은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며 “당장 필요 인력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그룹의 증권업 진출을 놓고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 행태가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재벌들은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핵심 역량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다시 비전문 분야로 업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아파트 건설, 광고, 레저, 호텔 등 사업 영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현대차그룹이 핵심 역량이나 본업과 무관한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것이 최근 정부의 ‘금산분리 원칙’ 완화 또는 폐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벌들이 제2금융권에 경쟁적으로 발을 내딛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경락 홍대선 기자 sp96@hani.co.kr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현대차그룹이 핵심 역량이나 본업과 무관한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것이 최근 정부의 ‘금산분리 원칙’ 완화 또는 폐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벌들이 제2금융권에 경쟁적으로 발을 내딛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경락 홍대선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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