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분계선’ 넘은 코스피도 안착할까?
실적 모멘텀 없는 ‘남북경협주’ 장막판 오히려 급락
전문가들 “정상회담보다 미 고용지표 등 주목 필요”
전문가들 “정상회담보다 미 고용지표 등 주목 필요”
국내외 호재 속에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시장에서는 또다시 ‘장밋빛 전망’이 넘실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줄어들게 돼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기대된다거나,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되고 있어 코스피지수의 2000선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그러나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을 주겠지만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심리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겠지만, 지수 상승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미국 증시가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과 미국의 금리 인하 뒤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로 다시 관심을 돌린 것이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디스와 에스앤피(S&P)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도 이날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간의 긴장을 줄여주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한국의 펀더멘털에는 직접적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따라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조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팀장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주가엔 심리적 영향만 미쳤을 뿐 지수 상승을 지속적으로 이끄는 요인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6월13일에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 당시 코스피지수는 정상회담 당일에는 4.89% 떨어졌고, 공동성명이 발표된 6월15일에는 5.9% 내렸다.
이날도 남북 정상회담 호재에 힘입어 장 초반 강세를 보였던 남북 경협주들이 장 막판에는 차익 매물이 쏟아져 급락했다. 이화전기, 광명전기, 선도전기, 제룡산업, 보성파워텍, 비츠로테크 등 대북 송전 관련주들도 장 초반 전날보다 2~3% 가량 오르는 등 강세를 보였지만, 비츠로테크와 이화전기는 각각 전일 대비 10.98%, 10.63% 폭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또 광명전기(-6.05%) 제룡산업(-6.37%) 보성파워텍(-7.37%)도 급락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로만손은 보합세를 보였고, 좋은사람들은 1.77% 하락했다.
다만 남북 경협 관련주이면서 동시에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건설주들인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은 4~5%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2000 돌파에 대한 지나친 흥분보다는 미국의 고용지표와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2000선 안착 여부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간의 가파른 상승에 대한 기술적인 진통 과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2000 돌파 이후 상승 탄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고려한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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