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기업 수 및 시가총액 추이
코스닥 상장사 오늘 ‘1000개’ 돌파
11년만에 기업수 3배·시가총액 15배 성장 불구 불공정거래 활개 여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1일 1000개를 넘어선다. 미래나노텍, 네오티스, 아이에스시테크놀러지, 상보 등 4개 신규 상장사가 이날부터 거래를 시작함에 따라 코스닥 상장기업은 1001개에 이르게 된다. 1996년 343개사로 출범한 지 11년 만이다. 그러나 코스닥이 외형적으로 고속 성장을 했지만 횡령과 주가조작이 근절되지 않고 투기성이 강한 투자가 성행하고 있어 보다 엄격한 시장 관리와 처벌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스닥은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기술주 시장의 하나로 꼽힌다. 11년 전에 견줘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3배, 시가총액은 15배 증가했다. 기술주 시장 기준으로 미국(나스닥), 일본(자스닥), 영국(AIM)에 이어 4위에 이르는 규모다.
코스닥의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출범한 코스닥은 1999년 정보기술(IT) 거품을 경험하면서 큰 홍역을 앓는다. 2000년 2월 코스닥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을 뛰어넘었고, 그해 3월10일에는 2834.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거품 붕괴와 함께 각종 게이트가 불거지고, 벤처기업인들의 분식회계 등이 이어지면서 코스닥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세계 4위 기술주 시장 성공
추락한 신뢰 서서히 회복중
퇴출기준·사후처벌 강화로
‘검은 세력’ 설자리 없애야
거품 붕괴 뒤 7년. 전문가들은 이제 코스닥은 소문만으로 주가가 널을 뛰던 투기장에서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평가받는 시장의 모습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보기술(IT) 테마주가 시가총액 상위를 대부분을 차지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교육, 증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적이 좋은 종목들이 포진하고 있는 점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코스닥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적지 않은 기업들에서 대주주의 횡령이나 작전세력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가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적발한 코스닥의 불공정 거래 건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80건에 이르러, 이런 추세로 가면 지난해(116건)보다 오히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9월까지 코스닥 기업들이 공시한 횡령·배임 사건은 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건보다 140% 이상 늘었으며, 불성실 공시도 40건에서 56건으로 40% 증가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닥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관심을 받는 종목이 100개도 안된다”면서 “이는 대부분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코스닥의 개인 매매비중은 현재 90.7%로 지난해 말 92.7%보다 낮아졌지만 유가증권시장(53%)보다는 크게 높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신뢰받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퇴출 요건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연구위원은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주가조작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쉬우며 이런 기업들이 많을수록 투자자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퇴출 기준 중 매출과 영업이익 기준을 좀더 강화하고, 감독 주기를 좀더 짧게 하는 방법으로 부실 기업을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권거래법상으로는 불공정 거래에 대해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실제 내려지는 처벌 수위는 매우 낮은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징벌적 배상 제도를 통해 불공정 거래를 해서 본 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금으로 내도록 해 추가적인 금융범죄를 예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익을 본 범위 내에서 벌금형을 내리는 것이 고작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통합법으로 금융시장의 규모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과 사법부는 금융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좀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추락한 신뢰 서서히 회복중
퇴출기준·사후처벌 강화로
‘검은 세력’ 설자리 없애야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적발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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