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이후 업종간 차별화된 반등
이종우의 흐름읽기
조선·철강·금융주 움직임 ‘7월 이전’과 비슷
박스권 속 손바꿈 가능성…증권주 유망할듯 “현재 주가는 미래의 거울이다.” 주가는 움직이면서 자기가 가려는 길을 말한다. 다만 투자자들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우선 8월 중순 이후 상승이 반등인지, 아니면 추세 복귀인지부터 살펴보자. 20일 가량 주가가 오르는 동안 종목별 차별화가 더 커졌다. 철강과 건설주가 전 고점을 넘었고, 조선주가 전 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금융과 자동차주는 저점 부근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런 종목별 움직임은 7월 이전과 동일한 형태다.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기존 주도주가 시장을 끌어가는 것은 시장이 새로운 상승보다 원래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2006년과 비교되는 부분인데, 당시에는 주가 조정이 이뤄진 5월을 전후해 주도주가 확연히 달라졌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2006년 4월까지 상승은 증권주가 시장을 선도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에 안착하고, 증권사들의 이익이 급증한 것이 증권주 부상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주가가 두 달간 조정을 마친 6월 이후는 조선·기계·철강 등으로 선두 주자가 바뀌었다. 시장이 눈 앞에 보이는 이익에서 앞으로 예상되는 이익으로 틀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가가 한번의 순환을 끝내고 다시 오르기 시작할 때는 상승 논리는 물론 주자도 모두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1650 저점 이후 250포인트 가까운 상승이 이전의 주도주에 의해 이루어지고, 상승 논리도 동일하게 중국 관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시장은 아직 새로운 추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 힘들다.
수급 주체도 일단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 들어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일방적 매도와 펀드 유입 자금을 앞세운 기관의 일방적 매수가 힘을 겨루는 양상이었다. 이런 구도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상당기간 외국인과 기관 모두 힘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펀드 자금은 7월에 하루 평균 3000억원 이상 유입되던 때를 정점으로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다. 99년에도 동일한 형태가 나타났는데, 당시에는 7월 한때 일평균 1조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정점을 기록한 뒤 반등 과정에서 자금 유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국내 펀드 자금은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유입되는 형태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도 매수로 전환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외국인이 최대의 매도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주가가 많이 올라 매력도가 떨어진 점과 선진국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불안이 원인이었다. 지금은 주가가 다시 반등해 종합주가지수 1900선에 근접한 상황이어서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정점을 지났지만, 모든 유동성 문제에서 시장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아직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팔 수 있는 요인들이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 이번 상승이 반등이었고 수급 주체의 구실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주식시장 역시 일정한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다. 종합주가지수가 틀 속에 갇힐 경우 현재 주도주와 다른 주식들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현 주도주와 상반된 성격을 지닌 대상으로 금융주와 정보기술(IT) 주식를 꼽을 수 있다. 금융주는 7월까지 일정 수준 상승을 기록한 반면 정보기술주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조정 이후 주도주로 금융주 특히 증권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가 상승과 금융자산 확대, 자본시장 육성 정책 등 다양한 재료에도 불구하고 증권주가 뜨지 못했던 것은 주가가 2005년에 3~5배 정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부분은 종합주가지수 상승과 증권주 정체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증권업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장점이 기능을 발휘할 때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주도주로 유망해 보인다.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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