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외 주식형펀드 수탁고 월별 증감 추이
서브프라임 직격탄 맞은 선진국 펀드 자금유출
물·인프라 등도 수익률 -5% 밑돌며 인기 식어
물·인프라 등도 수익률 -5% 밑돌며 인기 식어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국외 펀드와 섹터펀드의 인기가 사그러들고 있다. 지난 6~7월에만 10조원 가까운 돈을 모았던 국외주식형펀드의 수탁고는 8월 들어 1조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펀드와 같은 섹터펀드의 설정액도 차츰 둔화되다 8월말에는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들 펀드로부터의 자금유출은 그동안의 ‘이상 과열’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부터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면서 국외펀드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유난히 심했다”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투자지역 및 영역별로 수익률이 차별화되면서 투자자들이 펀드 폴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선진국 펀드 자금유출 시작=최근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발을 빼는 곳은 서브프라임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펀드다. ‘봉쥬르유럽배당주식 1’ ‘슈로더유로주식종류형-자(A)’ 등 대표적인 유럽 펀드의 수탁액은 최근 1개월 동안 각각 450억원, 260억원 줄었다. 선진국 비중이 높은 ‘템플턴글로벌주식-자(A)’ ‘삼성 글로벌 베스트 재간접 1’ 등 글로벌펀드에서도 한 달 동안 각각 2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일본 펀드의 자금유출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1주동안에만 400억원이 줄었다.
조완제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부 팀장은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선진국 펀드들의 수익률이 나빠진데다, 국내보다 전망이 힘든 국외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섹터펀드도 인기 급감=섹터펀드의 인기 역시 시들하다. 올 상반기 각 운용사들은 앞다투어 물펀드, 인프라펀드, 명품 펀드 등의 섹터펀드들을 내놓았고, 소비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연초에 1조원대에 불과하던 섹터펀드 수탁고는 8월 중순 7조5천억원대로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1주일간 섹터펀드에서 무려 1000억원이 유출됐다. 대부분의 펀드가 설정된 지 3개월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빠른 감소세다. 지난 2월에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맥쿼리IMM글로벌인프라재간접’는 최근 1개월동안 수탁고가 1400억원이나 줄었다. 대표적인 물펀드로 출시한 지 4개월 만에 7000억원 가까운 돈을 모았던 ‘삼성글로벌워터주식형펀드’에서도 지난 한 달간 120억원이 빠져나갔고, 명품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들의 수탁고도 10% 넘게 감소했다.
섹터펀드 인기 하락의 일차적 원인은 수익률이다. 최근 1개월 동안 대부분 섹터펀드는 국외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인 -5%를 밑돌았다. 대부분의 섹터펀드에서 선진국 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수익 전망과 변동성도 문제다. 그동안 많은 섹터 펀드들이 ‘유망한 분야’라며 선전했지만, 실제로 대체에너지, 물산업 등의 사업전망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특정 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급등락도 심한 편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관련 산업의 발전단계가 아직 초기라 위험도가 큰 섹터펀드에 갑자기 돈이 몰렸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면서 “기대감만으로 펀드를 택했던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떨어지자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외펀드와 섹터펀드의 부진이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케팅과 인기에만 기대 투자를 하다가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박현철 연구원은 “경험상으로 볼 때 교과서적 투자방식을 따르는 투자자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보였다”면서 “인기나 마케팅에 휘둘리기보다는 투자자 자신의 정보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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