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공황 상태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16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인 125.91 폭락하면서 하루 만에 1600대로 주저앉자, 증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지기(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충격으로 세계 주요 증시들이 함께 급락했지만,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이 유독 컸다. 그동안 주가 급락 때마다 저점 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저지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극도의 불안 심리를 보이며 투매에 나선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앞 거래일보다 125.91(-6.93%) 떨어진 1691.98로 장을 마감했다. 하락 폭은 사상 최대이며, 하락률로는 11번째 컸다. 전날 광복절 휴장으로 국외 악재들이 이날 한꺼번에 반영된 탓도 있지만, 하락 폭이 대만 자취안지수(-4.5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14%) 일본 닛케이지수(-1.99%)와 견줘 훨씬 컸다. 코스닥지수도 앞 거래일보다 77.85(-10.15%) 내린 689.07로 마감했다. 하락률로 따져, 사상 네 번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001년 9월 이후 최다인 164개, 코스닥시장에선 지난해 1월 이후 최다인 293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주가가 폭락하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올해 두 번째로 사이드카가 발동돼 5분 동안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이 정지됐다. 또 오후 들어 코스닥시장에서는 모든 주식 거래가 20분 동안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외국인들은 하루 최대 규모인 1조32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들도 6987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기관은 1조494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
주가가 폭락하자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태세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단기 자금 경색이 보일 경우 공개시장 정책을 통해 즉각적으로 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차관은 “지금은 개인 투자자들이 너무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 전반으로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확산을 막으려고 16일(현지 시각) 두 차례에 걸쳐 170억달러(약 16조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이날 오전까지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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