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고려대 교수
기업 사외이사에 펀드쪽 추천인사 선임 등 성과
활동 1년 맞은 ‘장하성펀드’
이른바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활동 1년여 만에 대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넓힌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대상의 공모펀드 운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펀드의 고문인 장하성(사진)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는 13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3천억~4천억원으로 펀드 규모가 늘어난 만큼 이에 걸맞는 대기업에 투자해 기업지배구조개선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급등하는 등 장이 좋았지만 아직 다수 기업들은 자산가치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저평가 자산주가 가치를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중견기업에 주로 투자해온 장하성펀드의 투자 기업이 대기업으로까지 확산되게 됐다. 장하성펀드는 지난해 8월23일 대한화섬 주식 5%를 매입해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활동을 시작해, 화성산업·크라운제과·동원개발·벽산건설의 지분 5% 이상을 비롯해 공개된 기업만 8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지분율이 공개되지 않은 태광산업·대한제당·신도리코 등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종목의 지분 취득자금은 총 526억원이었으나, 현재 평가금액은 711억원이다. 1년 사이에 185억원(35.23%)의 평가차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조개선 목표도 상당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태광산업·대한화섬·화성산업·크라운제과·신도리코 등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펀드 쪽 추천인사를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에 선임했다. 반면 동원개발과 벽산건설은 임시주총 소집청구 거부나 펀드 쪽 추천 사외이사 거부 등으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기업을 하루 아침에 바꿀 방법은 없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애초에 약속한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장기투자 문화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개인투자자 대상의 공모펀드는 아직 만들 시기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장 교수는 “강세장임에도 유동성 장세라고 보는 것은, 기업에 대한 새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장기투자 패턴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장기투자를 개인들이 받아들일 때에야 자연스럽게 기업지배구조 공모펀드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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