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연속 순매도 시기와 매도 규모
19일 순매도 기간중 코스피 0.33% 하락 그쳐
비중 33%로 줄어들어 영향력 점차 축소 수순
비중 33%로 줄어들어 영향력 점차 축소 수순
외국인 매도세가 19거래일 만에 멈췄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추세 변화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지만, 증권가에선 이날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자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코스피지수도 이에 힘입어 5.27(0.28%) 오른 1908.68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외국인 연속 순매도는 거래일 기준으로 사상 4번째로 길었다. 1998년 증시 전면 개방 이후 외국인 연속 순매도 기간이 가장 길었던 때는 2005년 9월22일부터 10월26일까지로 24거래일 이어진 순매도다. 그러나 매도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이 7조5600억원어치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매도세에도 한국 증시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외국인 연속 매도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7월12일 1909.75에서 8월8일 1903.41로 0.33% 하락했을 뿐이다. 21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가 있었던 98년 6월엔 10.09%가 떨어졌고, 20일 연속 매도가 있었던 2005년 3월에도 5%이상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코스피지수의 하락 폭은 매우 미미한 셈이다. 주가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동향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이 사상 최대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에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거나 진행 중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 변화를 주목한다. 비중이 줄어든 만큼 증시 영향력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한국 증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04년 4월26일(44.14%) 이후 점차 낮아져 8일 현재 33.89%까지 줄었다. 3년 남짓 동안 10%가 떨어진 것이다. 외국인이 이 기간 동안 차익 실현 물량을 늘린 것도 한 원인이지만, 간접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투신권이 빠르게 성장한 탓이 크다. 빈기범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엔 외국인에 국내 증시가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간접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증시 주도권이 기관 등 국내 투자자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이런 구조 변화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소 갈린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보유 비중이 40%를 넘었을 땐, 외국인 과다 보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선진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25~3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외국인 보유 비중은 적정 수준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도 “주권(株權)이 돌아왔다”는 말로 외국인 비중 축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는 “과거에 치고 빠지는 식으로 증시에 혼란을 줬던 일부 외국인의 투자 행태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경계감이 컸다”며 “그러나 외국인이든 국내 투자자든 주가 수준이나 기업 실적 등을 근거로 매매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내·외국인을 구분해 보는 시각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비중 축소에 대해 “국민 정서적 차원에서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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