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추이
펀드자금 유입 계속 느는데 매수액 되레 줄여
“단기급등 탓 속도조절 필요”…금융·IT엔 관심
“단기급등 탓 속도조절 필요”…금융·IT엔 관심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이 앞으로 증시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투신권은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로 밀려들어온 자금을 모두 주식 매수에 투입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위험 관리를 하면서 앞으로 시장 상황을 봐가며 ‘실탄’을 투입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현황=지난 4월 말 썰물처럼 빠졌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5월부터 회복됐다. 7월27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성장형 기준)의 수탁고는 43조5000억원대이며, 7월에 들어온 돈만해도 3조8000억원에 이른다.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던 지난 26, 27일에도 각각 2600억원, 34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주가가 조정을 받자 이를 펀드에 가입하는 기회로 활용한 개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돈을 쥐고 있는 투신권의 매수세는 신통치 않다. 지난 31일에는 적은 규모지만 400억원 가량 순매도를 했다. 7월 전체 순매수액은 1조7600억원 규모로 전달(2조7000억원)보다 1조원 가량 줄었다. 대우증권은 31일 “투신권의 자금 유입과 순매수액 추이를 분석해보면 현재 매수 여력이 최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밸류에이션 매력 감소와 시장 과열 및 리스크 증가에 대비해서 투자시기를 늦춘 것이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관망하는 투신권=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은 최근 급등한 장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김재동 한국투신운용 상무는 “시장이 너무 급하게 달려온 상황에서 최근의 조정은 오히려 반가웠다”면서 “이제는 주가 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한 만큼, 투신권에서도 어느 정도 숨고르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산 우려로 시장의 변동폭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이형복 동양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국제 신용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국내 증시도 다소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면서 “시장 상황이 보다 안정된 다음에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로 돈이 밀려들고는 있지만, 투신사들이 급하게 주식을 매수할 이유는 없다. 약관에 제시된 60% 수준의 주식편입 비중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돈이 많이 들어오면서, 펀드 내 현금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식형 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은 여전히 90%대다.
김해동 SH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들도 과거보다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예전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주식편입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유입과 시장상황에 따라 비교적 작은 규모로 팔고사기를 반복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투신권도 포트폴리오 조정중=투신사들은 이미 한 달 전부터 급등한 종목들의 비중을 점차 줄여왔다. 상반기 주도주로 분류됐던 조선, 철강, 기계 등이 주대상이다. 반면 자동차,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 정보기술(IT) 등은 싼 가격 덕에 투신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재동 상무는 “이제는 코스피지수 2000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면서 “앞으로 새롭게 시장을 끌고 갈 수 있는 업종과 기업들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복 본부장은 “중국 관련 업종의 선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지만, 최근 업종 내에서도 양극화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업종보다는 종목별로 포트폴리오 수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직접 투자를 할 때도 투신권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과거에는 외국인들 따라하기가 투자의 정석으로 여겨졌다면, 간접투자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서 투신권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직접 투자를 할 때도 투신권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과거에는 외국인들 따라하기가 투자의 정석으로 여겨졌다면, 간접투자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서 투신권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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