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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자금압박 헤지펀드, 신흥시장서 현금화

등록 2007-07-30 19:38수정 2007-07-31 05:55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충격 전달 경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충격 전달 경로
‘미국 신용경색’ 세계 흔드는 고리
안전자산으로 자금이동…주식시장엔 악재
미 증시 쉰 어제 아시아증시 조심스런 반등

지난주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30일 중국 증시 급등과 기관투자가들의 대규모 매수로 반등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3.49(1.25%) 오른 1906.71로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2%), 일본 닛케이지수(0.03%), 홍콩 항셍지수(0.29%)도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발 신용 위기에 따른 세계 증시 급락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진행 중인 미국의 신용 경색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유가증권 시장에서 5600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미국 신용 경색의 메커니즘=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취급 회사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한 펀드·기관들도 손실을 입고 있다. 베어 스턴스의 헤지펀드 두 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헤지펀드는 이 때문에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전반적인 신용시장 경색으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투자자들은 부실 채권 투자 위험 때문에 고수익(투기 등급) 채권은 물론 투자 등급 회사채에까지 투자를 기피하고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에 몰려들고 있다. 이달 미국의 고수익 채권 발행액과 전세계 투자 등급 채권 발행액은 각각 전달의 10%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미국 국채 가격이 급등하며 수익률은 4.76%로 급락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기피하고 안전 자산을 선호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용 경색은 사모펀드·헤지펀드의 투자 방식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이들 펀드는 기업 매수 자금 대부분을 매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마련하는데, 이런 채권에 대한 투자가 기피되고 있는 탓이다. 이런 투자 방식은 지난 5년 동안 기업 인수합병 붐을 일으켜 주가 상승의 주요한 원동력이 돼왔다.

이 때문에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한 증시 활성화는 어렵게 됐다. 리처드 번스타인 메릴린치 투자전략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바이아웃(빌린 돈으로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서 되파는 방식) 붐이 끝나고 있다는 신호가 신용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인수합병이 증시를 끌어올린다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로의 파급 경로=미국의 신용 경색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로 파급된다. 미국 헤지펀드들은 미국 신용시장에서의 어려움과 대출 자금의 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린 주식을 팔아 현금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투자 은행들이 일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대출금에 대한 ‘마진 콜’(증거금 부족분 상환 요구) 기준을 높이고 있다. 이는 헤지펀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예전보다 투자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미국 금융시장이 ‘질서 정연한’ 리스크 재평가를 통해 건전한 조정을 거친다면 국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줄어들 수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가 폭락은 이미 국내 시장에 전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도 “이번 충격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면 국내 금융시장은 과열부담의 해소와 건전한 조정이라는 수혜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김경락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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