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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급등 부담’ 외국인 사상최대 순매도

등록 2007-07-27 19:33수정 2007-07-27 23:55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별 순매수 금액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별 순매수 금액
‘미국 경제 불안’ 겹쳐 2일간 1조4천억어치 ‘팔자’
“당분간 조정장세 이어지며 1700까지 밀릴 수도”
팔아도 너무 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26일 5176억원어치를 판 데 이어 27일에도 8447억원어치를 팔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도다.

외국인 왜 파나?=증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최근 국내 증시의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외국인들의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 4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오름세다. 국가 간 주가 수준의 비교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도 13.7배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졌다”는 주장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파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아직까지는 많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책임연구원은 “주가 수준에 민감한 외국인들의 투자 성향을 고려하면 지금의 매도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 여건에서도 외국인 매도세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불안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최근 고질적 악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재차 불거지면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씨티그룹 등 금융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외국인들의 위험 자산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전체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하루 8000억원을 넘어서자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 같은 대형 연기금이 매도에 가세한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사후적으로 확인되겠지만, 주식시장의 큰손인 외국계 연기금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아마도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자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연기금들이 현금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올 상반기 수익을 많이 낸 한국 증시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사실이라면 증시 수급 구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향후 주가 흐름은?=외국인들의 거침없는 매도세에도 증시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과거와 달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펀드 시장 활성화로 기관의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6월 외국인이 3조5천여억원어치를 팔았지만,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2.5% 상승했다. 같은 맥락에서 기관이 매수 물량을 늘리면 지수 2000 재돌파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당분간은 외국인들과 기관이 매매 공방을 벌이면서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정 기간 동안에는 지수가 1800∼1850까지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일부에서는 17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조정의 기간은 적어도 보름 이상, 길게는 한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상승 기조는 유효하지만 단기 급등 부담과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당분간 조정 압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일정 기간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상승 추세는 여전하기 때문에 결국 2000 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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