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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외환위기 직후 280에서 2,000까지

등록 2007-07-24 15:41

2003년에 개봉한 영화 '역전에 산다'를 보면 주인공인 증권사 직원(김승우 역)이 교통사고에서 깨어났을 때 코스피지수가 2,400까지 오른 것을 보고 까무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불과 4년 전인 영화제작 당시 코스피지수가 500~600 수준임을 고려할 때 지수 2,000 시대 개막은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외환위기부터 IT거품까지 '반짝 호황 긴 후유증' = 시계를 10년 전인 외환위기 직후로 돌리면 '격세지감'은 더 커진다.

1997년 12월3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합의 당시 코스피지수는 이미 379.31까지 떨어진 상태였으며 이듬해 6월16일에는 1987년 이후 최저점인 280.00까지 추락했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거리에는 실직자들이 넘쳐나면서 한국의 주식시장은 10년 전으로 후퇴한 셈이다.

1999년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딛고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자 주식시장도 급등세로 돌아섰다. 경기회복에다 정보기술(IT) 투자열풍이 겹치면서 코스피지수는 그해 1,005.98까지 뛰어오르며 역사상 3번째로 1,000선을 넘었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에 나서면서 인터넷 및 벤처기업들이 중심인 코스닥지수가 2000년 3월10일 2,834.40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신경제'라는 가면을 쓴 IT 거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전세계적인 IT 거품 붕괴에 카드대란 및 건설경기 과열 후유증 등이 겹치면서 한국 증시는 다시 추락하기 시작한다.

2001년 8월23일 한국은 IMF 관리체제를 공식적으로 졸업했지만 당시 지수는 570.07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그해 9.11테러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지수는 400대로 주저 앉았다.

◆2003년 3월부터 시작된 대세상승 =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한국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국면에 진입한 시기는 2003년 3월로 평가된다.

세계경제 침체 여파로 허덕이던 국내 증시는 저금리와 점전적인 경기회복에 힘입어 서서히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이후 4년 동안 그야말로 거침 없이 올랐다. 2003년 3월17일 515.24로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급기야 4년4개월여 만에 2,000 시대를 연 것이다.

세계경제 회복과 중국 등 신흥시장의 부상, 그리고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전세계 주식시장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었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식시장의 70% 이상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세 상승국면에서도 위기는 있었다.

2004년 4월 말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이른바 '차이나쇼크'가 불거지면서 그해 4월23일 936.06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20일 만에 200포인트 이상 떨어져 700선 초반까지 밀렸었다.

그러나 차이나쇼크는 투자자들에게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이었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2005년 2월28일 사상 4번째로 1,000선을 돌파했으며 2007년 7월24일에는 장중 2,000선마저 돌파했다.

◆ 외환위기 이후 시가총액 17배로 =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괄목상대할 정도로 성장했다.

외환위기 직후 저점을 기록한 1998년 6월16일 62조원에 불과했던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1천92조원으로 17배로 불어났다.

상장종목수는 98년 말 1천79개 종목에서 1천721개로 59.5%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수는 748개에서 733개로 소폭 감소했지만 코스닥 상장사는 331개에서 988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아울러 외환위기 이후 개별주식옵션(2002년)과 상장지수펀드(2002년), 스타지수선물(2005년), 주식워런트증권(2005년), 엔화.유로화선물(2006년) 등 새로운 파생상품들이 줄줄이 생겨나 증권시장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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