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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쏟아붓는 외국인…힘부치는 기관

등록 2007-07-19 19:06수정 2007-07-19 22:25

3일새 1조6천억 팔며 본격적 차익실현 나서
기세등등 코스피 숨죽여…미·중 긴축 우려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심상찮다. 최근 사흘 동안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2000년 이후 다섯번째로 많은 물량인 64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3일 연속 순매도 금액으로 따지면, 사상 두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급등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마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6월 한달간 3조5천억원의 외국인 매도에도 코스피지수가 오름세(2.5%)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19일 증권선물거래소가 업종별 순매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은 최근 3일간 18개 업종 중 의료정밀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매도세를 보였다. 전방위적인 매도세다. 특히 지난해 말 대비 상승폭이 컸던 철강금속과 운수장비 업종과 이달 들어 급등세를 보였던 전기전자 업종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종목별로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포스코, 삼성중공업 등 올 상반기 오름세가 컸던 종목과 이달 들어 상승률이 높았던 삼성전자와 신한지주 등의 종목에 외국인 팔자세가 몰렸다.

이 때문에 외국인 대량 매도를 단기 급등 부담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높았던 업종과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면서 “밸류에이션에 민감한 투자행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문광 현대증권 투자분석부장도 “외국인의 대량 매도를 국내 증시 이탈로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지수 급등에 따라 외국인이 본격적인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산, 중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 등 불안한 대외 여건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홍순표 한양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은 글로벌한 관점에서 투자비중을 조절하기 때문에 최근 대량 매도의 원인도 국내보다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중국에서 추가 긴축 우려가 높아지고, 미국에서도 인플레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위축된 투자심리가 대량 매도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국 정부가 이날 예상치를 크게 웃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1.9%)을 발표하면서 ‘건전한 성장을 위해 거시경제 통제를 확대한다’고 밝힌 대목은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로 국내 증시가 조정 움직임을 보이자,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지난 6월 이후 주식형 펀드의 강력한 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한 기관의 영향력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외국인의 움직임 역시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3일간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철강금속(-3.8%)과 전기전자(-5.2%), 운수장비(-3.0%)의 업종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여 외국인의 영향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박문광 부장은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기관이 받아주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규모의 매도가 지속되면, 증시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주식형 펀드 유입세마저 둔화될 경우 외국인의 움직임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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