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별 신용융자 규모
중단 한달도 안돼 규제 풀기 시작…‘빚내서 투자하기’ 조장 우려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해 중단 또는 대폭 축소했던 신용융자 서비스를 한 달도 되지않아 슬그머니 재개하고 나섰다. 주식투자 열기가 여전히 뜨겁고 증시 과열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하나둘씩 신용융자 제한을 풀 경우 빚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행태가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일시 중단했던 신용융자 서비스를 16일부터 재개했으며 현대증권도 같은 날 온라인을 통한 신용융자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한화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잔고 규모가 작은 일부 영업점에서는 대출 서비스를 재개했다.
증권사들은 지난 6월 주식시장의 신용융자잔고가 급격하게 늘어나 7조원을 돌파하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부랴부랴 신용융자를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당시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 역시 빚내서 주식투자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개별 증권사의 신용융자 잔고가 5천억원이 넘지 않고 자기자본의 40%(온라인 증권사는 1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이런 조처들의 영향으로 지난달 25일 7조102억원에 이르렀던 신융융자 잔고는 이달 16일 6조163억원으로까지 줄었다.
그러나 협회에 따르면 금감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초과했던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동부증권, 이트레이드증권, 키움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삼성증권 등 9개 증권사는 아직까지도 가이드라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신용거래를 시작하는 증권사들은 ‘이만하면 됐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온라인 신용거래를 중지해 신용거래 규모를 1300억원 가량 줄였던 현대증권 쪽은 현재의 신용융자 잔고는 충분히 위험관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신용거래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과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서비스 한도를 20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금융감독원의 강전 경영지도팀장은 “시중 증권사들이 8월 말까지 신용융자 잔고를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줄이기로 약속을 했었다”면서 “최근 신용잔고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아직까지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으며, 신용잔고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