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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한국경제 체력 약해져…주가 거품이다”

등록 2007-07-16 19:16수정 2007-07-16 19:46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탁기형 선임기자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탁기형 선임기자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경상이익 제자리 IT 침체 등 펀더멘털 부정적
“거품이다.”

한동안 언론에 극도로 말을 아껴 왔던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이 2년 남짓 만에 말문을 열었다. 김 소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약해졌다”며, “이런데도 주가는 펀더멘털과 지나치게 괴리돼 거품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소장은 “금융기관이든 언론이든간에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반기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대폭 확장해 여과기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 주식시장이 연일 달아오르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거품이 끼었다고 봐야하나?

= 거품이다. 한국의 경상이익 추이를 보면, 2004년에 정점에 달했다가 2005년과 2006년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올 1분기 들어 다소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한 해 전체로 보면 지난해 수준을 넘기 힘들 것이다. 경상이익이 그나마 다시 늘고 있는 건 원자재나 원유, 철강 그리고 소재 관련 기업과 금융 업종의 이익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제가 호전된다고 해도 주가가 이 정도로 오르는 것은 펀더멘털과 지나치게 괴리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증거가 세계 IT 시황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데, 세계 IT 시황은 1999~2000년의 IT 거품, 2001년의 거품 붕괴 이후 가장 큰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의 IT 가동률은 2004~2006년 사이 80% 중반대, 현재는 80% 밑으로 떨어져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침체는 두드러진다. 일본의 IT 산업도 평균 가동률이 60% 전후 수준에 그칠만큼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다. 일본의 주력산업은 가전제품 생산인데 이쪽도 침체다. 한국은 어떤가? IT산업 전반의 평균 가동률이 80% 중후반에서 80% 전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주원인은 반도체 부문의 극심한 침체 때문이다. 통신장비 부문도 평균가동률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져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엘시디 피디피 등 영상 디스플레이 분야도 평균 가동률이 40% 될까말까 한다. 이런데도 주가는 붕붕 뜨고 있다.

- 머지않아 거품이 꺼질 것이란 얘기인가?

=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보더라도 이런 상황이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허상이 드러날 거다. 그 때 나타날 후유증은 감당하기 힘들다. 역사적으로 보면 30년대 대공황도 20년대 말의 엄청난 부동산·주식 투기에서 비롯됐고, 80년대 말 일본의 부동산·주식 거품은 장기 불황으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부실로 인해 미국 경제가 위험하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하기도 했다. 이 정도로 미국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동이 걸린 상태다. 조그마한 버블이라도 후유증은 길고 크다. 이런 역사적 교훈들을 사회 여론 여과장치나 정책기능들이 잘 걸러내줘야 된다. 그런데도 급격히 시류에 편승해서 대세론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펀더멘털을 객관적으로 쳐다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이 그렇게 약하다고 봐야하나?

= 과거 얘기를 해보자. 과거에 일본은 우리 경제가 결코 자기네들을 따라오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나? 우리 경제로 인해 자기네들 스스로 구조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우리 경제와 중국 경제의 산업 구조변화 관계는 과거 우리와 일본 관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여전히 전통 업종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 분야의 성장이 영원하다거나, 이것으로 10년, 20년 계속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도 쓰라린 경험을 했다. 그래서 첨단기술 분야 쪽으로 갔다. 그나마 일본은 02년 이후 엔저 덕에 성장하고 있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볼 때, 엔화 가치는 85년 이후 가장 약세다.

우리나라를 보자. 주가가 크게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는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모든 게 좋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 경제를 운영해가는 정책당국이나 금융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금융기관들, 그리고 언론이 제역할을 해줘야 펀더멘털과 자산시장간 괴리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둘 사이 거리가 자꾸 벌어지면 오로지 단기적인 시각만이 지배하게 된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지 않고, 지금 당장 돈이 되면 좋지 그게 뭐가 문제냐는 논리가 득세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 대한 대비나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진다. 예컨대, 지금 호황을 누리는 조선산업을 보자.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조선업도 하지만 오토바이, 우주항공 분야에도 주력한다. 조선업이 주력이 아니다. 이미 사업다각화가 충분히 돼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조선업에만 매달려 있다. 한마디로 외줄타기다. 조선 시장 경기가 나빠지거나 중국과의 경쟁에서 역전이 될 경우엔 고스란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일본은 이미 탈조선화돼 있고 중국과 제휴도 하고 사업다각화도 해놨다. 조선 업종의 시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구축해놨다. 우리나라 조선 업종 주가가 4개월 동안 2배 뛰었다. 과연 그럴 정도까지 될까?

- 그렇다면, 지금 주가 거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내부적으로 작업해 놓은 게 있긴 하지만 여기서 밝히긴 좀 그렇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양적인 것만 따져 경제성장을 보는 경향이 있다. 성장에는 반드시 질적인 것이 동반된다. 질적인 위험도 동반된다. 5% 성장이네, 7% 성장이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7% 성장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빚 내서 공공사업 막 벌리면 못할 게 뭐 있나?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물론 성장률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위험이다. 5%, 7%, 10% 성장에 따라서 수반되는 위험의 크기가 다르다. 5% 성장엔 경기순환 파동이 완만하지만, 7%가 되면 그게 더 커진다. 왜냐고? 무리를 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수익률과 위험으로 평가하지 않나. 경제도 성장과 위험이라는 두 개를 동시에 놓고 봐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수치상으로는 4~5%대 성장해온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와 함께 위험구조는 어떻게 변해왔느냐 하는 거다. 위험으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위협받고 있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국가 재정은 적자가 누적되고, 가계는 돈을 엄청나게 빌려서 부동산을 샀다. 경제구조 자체가 굉장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 유동성 얘기들을 많이 한다. 유동성이 넘쳐난다고 하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

= 구조적 문제들이 있다. 기축통화와 달러의 문제도 있고, 일본의 초저금리 문제도 있다. 아시아권은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유동성 문제가 있고, 중국은 수출 증가로 인한 유동성 과잉 문제가 있다. 나라마다 제각기 다르다. 물론 세계경제 전체적으로 유동성 과잉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다. 세계교역이 늘어나면 그만큼 달러를 공급해줘야 한다. 미국이 세계시장에 달러를 공급해줄 수 있는 것은 빌려주던지 아니면 달러를 주고 뭔가를 사줘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달러를 공급해주는 주 원천은 물건을 사주는 것이다. 그래서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경상적자가 발생한다. 중국이 수출 중심의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미국의 경상적자도 덩달아 급증한다. 그런 방식으로 달러를 공급해주다 보니 엄청난 달러 공급 과잉이 생겨난다. 하지만 아시아 나라들이 벌어들인 달러는 다시 미국 국채나 부동산을 사는데 들어간다. 금융시스템을 통해서 돈이 다시 미국으로 환류되니까 달러 가치 조정이 안된다.

- 구조적으로 유동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국내 유동성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또 과잉 유동성을 잡기 위한 그간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 정책에 대한 평가보다는 다른 얘기를 먼저 하고 싶다. 유동성이란 통화량뿐 아니라 통화속도에 의해서도 영향받는다. 시장이 뜨거워졌을 때 회전율, 즉 속도가 굉장히 빨라진다. 통화량은 늘어난다. 양(스톡)에다 속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엄청난 부채 증가, 특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2003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의 확대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다. 유동성의 정의도 문제다. 화폐적 의미에서 정의할지, 예컨대 주식도 유동성으로 봐야할지. 지금과 같은 경우, 주식은 분명 유동성이다. 부동산도 활발하게 매매되면 그 자체로 유동성이다. 정의가 모호하다. 현실 경제 상황에 비춰서 얘기하는 게 합리적이다.

- 유동성 제어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 정책이란 게 원래 한편에선 효과, 다른 한편에선 부작용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어떤 정책을 쓴다는 건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다는 전제 아래서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정책의 효과 못지않게 부작용이 매우 커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한다면 한편에서는 그로 인해 엄청난 파장이 발생한다. 경제 정책을 놓고, 특정 시점, 특정 상황에서 단편적으로만 접근하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책의 일관성, 전문성. 선제성이 중요하다. 유감스럽게도 2001년 이후 금리 완화 정책 등은 일관성과 전문성, 그리고 사전에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이해갈등을 조정하면서 편 게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슬로건식으로 이뤄졌다.

- 경기회복이 완연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최근의 경기사이클에 비춰볼 때 이번의 경기회복 사이클은 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마도 과거와 같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았고. 수출과 함계 내수도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사이클은 어떻게 보나?

= 펀더멘털 요인으로만 보자면 경기회복 요인을 찾기 어렵다. 굳이 들자면 딱 한가지 있다. 부동산 거품, 주식가격의 폭등 이런 것들말이다. 미국경제가 부동산과 주가 상승으로 호조 보였다는 논리가 바로 자산효과론이다.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가 그것을 이어받아서 주가가 오르고, 그래서 자산효과가 나타난다. 물론 2000년 당시의 자산효과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굉장했다. 주가가 올라서 차익을 올리면 엄청나게 소비를 해댔다. 달리 보면, 경기 성장에 기여를 했다는 얘기다. 지금은 주가가 폭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효과로 인한 경기상승 효과가 약한 편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 노후에 대한 불확실, 일자리에 대한 불확실로 인해 소비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사이클을 예측하는 의미가 없다. 전반적인 성장잠재력의 저하가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자산경제로 급격하게 이동 중이다. 자산경제만 뜨고 있다. 자산경제만 뜨다보니 금융업이 과거와 달리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것만 갖고 먹여 살릴 수 있느냐. 힘들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하지만 성장잠재력의 회복이 더 중요하다. 생산경제 부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자본, 사람, 소프트 파워, 인프라, 복지에 대한 잠재 성장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박현 최우성 기자 hyun21@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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