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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어…” 일순간 곤두박질 ‘전망이 두려워’

등록 2007-07-15 19:59

외환은행 딜러들이 13일 오후 주요 국가들의 환율이 실시간으로 뜨는 모니터를 보면서 외환 거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외환은행 딜러들이 13일 오후 주요 국가들의 환율이 실시간으로 뜨는 모니터를 보면서 외환 거래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출업체 달러 쏟자 ‘주르륵’ 정부개입으로 ‘휴~’
올초 예측 다 어긋나…“하반기엔 900원도 위협”
[현장] 환율전쟁 최전선 딜링룸에 가다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하락하며 916.90원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12월7일 (913.80원) 이후 7개월만에 최저치다. 외환시장 일선에서 피말리는 환율 싸움을 벌이고 있는 딜러의 하루를 통해 환율 하락의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을 알아보았다.

7월13일 원-달러 환율 움직임
7월13일 원-달러 환율 움직임

13일 오전 8시30분. 외환시장이 열리기 30분 전. 서울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19층 딜링룸. 침묵이 흘렀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0.90원 떨어진 918.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외화 차입 규제 등 환율 방어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3일째 하락한 것이다.

오전 9시 정각. 시장이 열렸다.

“어어, 이거 왜 이래.”

선임 딜러인 구길모 차장의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뜨는 원-달러 환율이 곤두박질쳤다. 917.0, 916.9, 915.8…. 불과 20분 만에 원-달러 환율이 915.6원까지 주저앉았다. 주문 전용 단말기를 치는 구 차장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달러를 싸게 사고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겨야 한다. 일순간의 판단에 따라 수억원이 왔다갔다 한다.

“이거 중공업 물량이 나온 거 아냐.”

구 차장의 입에서 흥분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20전이 쑥 내려갔다. 한 은행에서 집중적으로 달러를 판 움직임이 보였다.

“이처럼 수출업체들이 밖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쏟아 내놓으면 환율이 떨어져요. 물론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원-달러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요.”

환율이란 우리 돈과 외국 돈의 교환 비율이다. 그리고 이 비율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요즘처럼 달러를 팔려는 쪽이 많으면 원화의 가치는 올라간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이 있거나 정유사 같은 곳에서 달러를 많이 사들이는 경우에는 환율이 오릅니다.”

외환 시장에선 지난 12일엔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문을 닫기 전 30분 동안 2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달러를 많이 사들였는데, 그 시간에 그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외환당국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

주식도 그렇지만 환율 역시 마음을 다스리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주식 투자를 해 본 사람은 손절매의 어려움을 안다. 딜러도 마찬가지다. 구 차장도 2003년 하루에만 3억원을 잃었다고 한다. “할 때마다 깨졌는데 꼭지가 돌아서 연속으로 악수를 뒀습니다. 그때 손절매를 통해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외환 딜링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과 이공계 전공자들의 등장이다. 딜링룸은 흔히 ‘금녀의 집’으로 여겨졌는데, 외환은행만 해도 최근 몇 년 새 2~3명의 여성 딜러가 생겼다. 또 스왑과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해지자, 경제뿐 아니라 수학적 능력이 요구되면서 수학과 물리학 같은 이공계 전공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구 차장은 올 초 내놓았던 전망에서 원-달러 환율이 8월쯤 950~960원대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딜러들은 980원선까지 전망하기도 했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들의 예측이 여지없이 깨진 것이다.

“환율 전망은 신의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전망을 해야 하는 게 딜러들의 숙명입니다. 하반기에는 900원대가 한두 번 깨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910원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 같습니다.”

오후 3시. 시장이 마감됐다. 4일 연속 하락이었다. 오늘도 피 말리는 하루였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딜러들은 바로 런던시장의 달러-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혁준 기자, 유희곤 인턴기자(연세대 사학 4)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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