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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부나비’ 증시에 쪽박 주의보

등록 2007-07-15 17:58수정 2007-07-15 19:43

주가변동추이
주가변동추이
대박만 좇는 무분별 투자, 작전세력 등 ‘검은손’ 먹잇감
증시활황이 이어지자 주식시장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들이 많다. 한 푼 두 푼 모은 적금을 깨거나 은행에서 빚까지 얻어 주식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홉 사람 성공해도, 마지막 한 사람은 손실을 보는 게 주식투자다. 더구나 증시활황기엔 개인들의 기대심리를 노린 주가조작 세력도 출몰하기 때문에, 잘못 걸렸다간 쪽박 차기 십상이다.

한때 ‘재야의 고수’로 이름을 날리던 김아무개(필명 시골국수)씨 자살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씨는 지난 달 13일 한 증권포털에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가, 2주일 만에 경기도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씨는 선물옵션 투자로 14억원 가량 빚을 졌다. 현물 투자보다 파생상품 투자는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어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가 쏠린다. 김 씨는 유서에 “파생상품 투자는 도박과 같다”고 썼다.

증권업계에선 자살처럼 극한의 사례는 아니지만, 올 상반기 활황장에서도 적지 않은 개미들이 손실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전략의 아마추어리즘 탓도 있지만, 주가조작 세력의 작전이나 경영진의 횡령 등의 돌출변수로 급등락한 종목이 많았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다.

가짜공시 등 함정 수두룩
걸려들면 한순간 와르르
간접·장기투자 되새겨야

루보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제이유그룹 전 부회장 김아무개씨 형제가 주가조작 기술자를 동원해 주가를 올린 사실이 검찰조사 결과 드러나자, 루보의 주가는 11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이 기간 동안 무려 4200억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지난달 초의 유시(UC)아이콜스 주가 폭락사태도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의 경영진이 300억원대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주가는 2만6000원대에서 13일 연속 하한가를 맞은 끝에 2000원대로 추락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주식이 10분의 1 토막난 것이다.

개미들이 투자할 때 주로 활용하는 공시자료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올 상반기 공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장사들의 횡령·배임공시는 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건보다 2배나 늘었다. 관련 금액은 23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많은 액수다. 게다가 공시를 번복하는 불성실공시도도 증가하는 추세다. 상반기 불성실공시 지정 건수는 총 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의 35건에 비해 30% 늘었다. 그만큼 올 상반기동안 개미들이 쪽박을 차도록 하는 공시가 많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쪽박’을 피하려면 일단 ‘대박’을 꿈꾸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승장에서도 손실을 보는 이유는 지나친 욕심 탓이라는 얘기다.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개인들은 위험관리가 취약해 펀드 등 간접투자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명석 동양종금 센터장도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나 위험분산이 된 섹터형 펀드를 추천했다. 직접투자를 꼭 하고 싶다면 우량주를 장기보유해야 쪽박위험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증권사 사장단, 오늘 과열 대책회의
주가급등 우려 표시할듯

최근 주가급등 양상을 두고 국내 증권사 사장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한국증권업협회는 16일 오후 2시 증권업협회 대회의실에서 긴급 증권사 사장단회의를 열어, 최근 증시 상황에 대해 증권업계의 목소리를 낼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7월 들어서만 200 이상 급등해 정책당국은 물론 전문가들도 단기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증권사 사장단 회의를 긴급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주가 급등을 국내 증시의 재평가 단계로 보면서 ‘과열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이 증시 과열을 우려하자, 증권업계도 기존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증권사 사장단회의에서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만한 방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의 한 인사는 “구체적인 과열 대책을 내놓기보다 현 상황에 대해 증권업계 역시 ‘우려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표현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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