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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펀드 뭉칫돈이 증시에 건넨 건 ‘양날의 칼’

등록 2007-07-12 19:28

주식형 펀드설정액 추이
주식형 펀드설정액 추이
하루 평균 1000억원 유입…주가 1900시대 일등공신
일시 환매땐 부메랑…“일부 종목 거품 원인” 지적
‘코스피지수 1900’ 돌파의 일등공신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유가상승과 같은 악재 속에서도 주가를 밀어올린 가장 큰 동력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꼽는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을 사면 돈 된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개인들의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기관들이 주식을 안 살 수가 없는 형국”이라며 “1700 이후부터는 외부 요인보다 펀드 유입 등 국내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밀려들어오는 펀드 자금이 주가상승에는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급등으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추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한 지난 5월 말부터 지금까지 순수 국내주식형으로 들어온 자금은 4조8000억원에 이른다. 하루평균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유입된 것이다. 이달에 들어온 돈만 해도 1조원 가까이 된다. 이처럼 돈이 쏟아지면서 투신사들은 주식 사들이기에 바쁘다. 최근 1개월 간 기관의 순매수는 1조9000억원대에 이른다. 특히 투신권은 2조4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조9000억원과 800억원의 매도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의 펀드 자금 유입은 주가지수가 1700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간접투자상품인 펀드는 일단 높은 수익률을 확인한 후에 뒤따라서 들어오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최근의 강력한 펀드자금 유입세는 상반기 국내 증시의 뛰어난 수익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유입세는 앞으로 주가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유비에스(UBS)증권은 지난 11일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종전 1850에서 2300으로 상향 조정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국내 주식형 펀드를 통한 안정적인 자금 유입을 꼽았다.

밀려드는 펀드 자금, 위험은 없나?= 그러나 펀드가 떠받치는 증시를 안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속도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자금이 갑자기 몰리면서 금리, 환율, 유가 등 주식시장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묻히고 있다”면서 “자금 유입속도가 둔화될 경우 숨겨진 악재들이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펀드에 들어온 돈은 장기 투자자금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국내 주식형으로 들어오는 펀드자금은 단기적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빠른 자금 유입속도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그만큼 조급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적립식이 아니라 뭉칫돈으로 펀드에 자금이 몰린다는 것은 수익을 실현한 뒤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처럼 단기 수익률을 바라보고 들어온 자금이 과연 주식시장의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거침없이 들어오는 펀드자금이 증시의 옥석가리기를 힘들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펀드 자금이 넘쳐나다 보면 우량주뿐만 아니라 실적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 파트장은 “실제로 펀드자금 유입으로 일부 업종에는 거품이 끼어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처럼 실적이 아니라 돈에 밀려 주가가 올라가는 종목이 늘다보면 이후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사례도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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