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재고율과 업종 지수
반도체·LCD패널 가격 반등…삼성전자 상승세 전환
펀드 자금 유입 늘어…“수익 개선 불투명” 신중론도
펀드 자금 유입 늘어…“수익 개선 불투명” 신중론도
정보기술(IT) 주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조선·기계·증권주의 상승세에 밀렸던 정보기술주들이 이달 들어 무서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6일간 11.3% 상승하며 유가증권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투자자들은 기존 주도주와 더불어 정보기술주가 반등에 나서자, ‘코스피지수 1900도 멀지 않았다’며 반색하고 있다.
정보기술주가 ‘귀환’하는 이유는 일단 반도체 가격과 액정표시장치(LCD)패널 가격이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LCD 패널 가격은 지난 3월부터 반등했고, 올 상반기 내내 하락세를 보였던 디(D)램 가격은 지난 주 급등하며 2달러 선에 안착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정보기술 부품주들의 실적이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를 호전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승우 신영증권 정보기술팀장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수도 있지만, 정보기술 가격지표의 호전으로 업황 자체의 턴어라운드(실적전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면서 “정보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채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현물가격이 상승하고, 재고율이 하락하는 등 정보기술 분야의 실적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수익률 향상이 예상된다”면서 “중국관련 소재·산업주들이 급등으로 인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기술주가 틈새시장을 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외 증시에서도 정보기술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와 필리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보다 한발 앞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보기술 업종 의존도가 높은 대만 가권지수도 연일 강세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004년 이후 3년 연속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 정보기술 분야가 4년 만에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보기술주의 저평가 기간이 길었던 만큼, 이제 시장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을 때가 왔다는 얘기다.
수급 요인도 정보기술주 반등에 한 몫하고 있다. 6월 초부터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을 바탕으로 투신권이 정보기술주를 사들이면서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6월 말부터 현재까지 주식시장에 들어온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2조6000억원이 넘는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지난 달까지만 해도 투신권이 조선주 등 기존 주도주를 중심으로 매입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그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던 정보기술주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기술주의 반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임채구 센터장은 “정보기술 분야가 실적 개선의 조짐은 보이고 있지만, 수익시장 개선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조선·기계 등 소재·산업재 분야의 강세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재훈 부장도 “주식형 펀드 자금의 유입 속도가 줄어들게 되면 전체 증시는 물론 정보기술주의 상승 탄력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은숙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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