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전용 펀드 50여개
일반인 가입 막아 입길
일반인 가입 막아 입길
직장 여성인 이아무개(31)씨는 최근 점찍어 놓은 펀드 상품을 사기 위해 평소 거래하던 국민은행을 찾았지만 얼굴만 붉히고 돌아섰다.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만 판매하고 일반인에게는 팔지 않는다는 은행 직원의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공모펀드가 있다. 일부 은행이 판매하는 ‘PB 전용 펀드’다. 보통 3억~5억원 정도의 금융 자산을 맡겨야만 각 은행의 PB 고객이 될 수 있는데, 이들 고객에게만 한정해 파는 펀드 상품이다. 국민은행이 가장 두드러진다. 별도의 PB센터 18개를 두고 있는 국민은행은 PB 전용 펀드 50여 개를 판매하고 있다. 이 중 80% 이상이 메릴린치나 슈로더, 피델리티와 같은 국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PB 고객이 되려면 5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른 은행들도 PB 전용 펀드를 팔지만, 일반인의 가입 자체를 막는 경우는 드물다. 신한은행이 ‘TOPs 캐리 트레이딩’이란 펀드 하나만 PB 고객에 한정해 판매할 뿐, 외국계 은행들도 PB 고객과 일반 고객을 구분하지 않는다. 시티은행의 이상언 부장은 “고객의 취향과 능력을 고려해 추천해주는 펀드 목록은 있지만 일반인의 가입을 제한하는 전용펀드는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PB영업추진부 관계자는 “PB 전용 펀드는 변동성이 큰데다 자산 운용 방법도 복잡해 고객에게 충분한 교육과 설명이 필요하다”며 “일반 창구에선 이런 교육이 힘들기 때문에 PB 센터에서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펀드 판매 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반인에게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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