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와 신용잔고 추이
미국발 금융위기·신용규제 겹쳐 매수세 주춤
전문가들 “당분간 뒷걸음”-“속도 조절일 뿐”
전문가들 “당분간 뒷걸음”-“속도 조절일 뿐”
주가가 나흘째 하락하며 본격 조정 국면이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헤지펀드 청산 위기로 다시 등장하고, 신용거래 규제에 따라 증시에 자금을 쏟아붓던 개인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는 등 나라 안팎의 악재가 증시에 직격탄이 됐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45(0.94%) 하락해 1733.10으로 마감했다. 1800에 육박하던 코스피지수는 나흘간 77.83이나 빠져 1730선대까지 물러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관되게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3조원어치를 매도하면서 올해 누적 매매로는 이날 처음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26일까지 누적으로 264억원 순매수였으나 이날 1522억원어치를 순매도함에 따라 올 들어 누적 1천억여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이다.
코스닥지수도 19.28(2.47%) 내린 761.03으로 마감하며 나흘째 하락했다. 7일째 개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보다 코스닥시장은 개인 비중이 높아 신용융자 중단으로 큰 타격을 받으리라는 우려가 컸다.
주가가 단기 급등한 터에, 미국발 금융 위기 우려와 금융감독원의 신용융자 규제 소식이 겹치자 시장 전문가들은 본격 조정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동부증권의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헤지펀드 청산 위기와 글로벌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외국인이 매도를 멈추지 않고 있어 당분간 증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가 급등하는 동안 동반 상승세를 보이던 세계증시는, 미국 증시의 사흘 연속 하락 여파로 조정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로, 2개 헤지펀드 청산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사태가 불거지며 하락이 시작됐다. 미국 월가는 베어스턴스 헤지펀드의 위기가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 여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을 소화해 내며 증시 상승을 이끌던 개인투자자들 중 일부는 자금을 빼내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중소형주 낙폭이 크고 코스닥지수 하락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에서 확인된다. 중소형주를 선호하는 개인들이 신용거래로 사들인 종목들 중 만기 연장이 어려운 물량부터 시장에 쏟아내고 있어서다.
신용융자 중단으로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의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수급이 코스닥지수의 상승을 견인했으나 상승 여력이 줄고 있다”며 “급등폭이 컸던 만큼 하락폭 역시 거래소보다 클 것으로 보여 당분간 750선까지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역시 당분간 조정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1차 지지선은 20일선이 위치한 1740대, 2차 지지선은 1700선 전후가 될 것”이라며 “길게 보면 한 달, 짧게는 이번주 동안 조정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10%선 하락에 2개월 정도의 조정장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잔고가 10조원을 돌파한다고 해도 이는 시가총액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많이 올랐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조정 원인이 없는 만큼 급락세는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이 조정 국면이긴 하나 기술적 부담을 해소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추세 전환을 이끌만한 뚜렷한 악재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만 속도가 완만해진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반론도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잔고가 10조원을 돌파한다고 해도 이는 시가총액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많이 올랐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조정 원인이 없는 만큼 급락세는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이 조정 국면이긴 하나 기술적 부담을 해소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추세 전환을 이끌만한 뚜렷한 악재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만 속도가 완만해진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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