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이야기
지수 등락 상관없이 욕심 털고 호흡 길게
목돈은 CMA에 입금 매월 적금 붓듯 이체
목돈은 CMA에 입금 매월 적금 붓듯 이체
[민주영의 펀드 이야기]
“요즘 주가가 많이 올라서 펀드에 가입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주가가 조정을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지난번 코스피지수가 1500일 때 조정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환매했는데 주가가 올라 속상합니다. 지금이라도 펀드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요?”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속을 태웠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는지, 혹 들어갔다가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 때문에 상당수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 만약 향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 확실히 알 수만 있다면 이런 고민은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주가 향방을 누가 알겠는가? 유럽 증권업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진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93살에 쓴 그의 마지막 책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주식시장을 주인 따라 산책 나온 개로 비유했다.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데 보통 개들이 그렇듯 주인보다 앞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자기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곤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다. 그렇게 둘은 산책을 하면서 같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주인이 1㎞를 걷는 사이 개는 앞서가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약 4㎞를 걷게 된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주식시장이라는 것이다. 결국 개는 주인을 따라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맘대로 움직이니 이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일찌감치부터 이를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펀드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만일 타이밍만 잘 맞출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짜릿한 성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주가 향방은 오직 신만이 아는 영역이다. 한두 번 맞춰 재미를 볼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동안 얻은 모든 자산을 잃을 수도 있다. 1년 364일 무사히 항해를 했다고 하더라도 하루만 폭풍우를 만나면 배가 뒤집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게 바로 투자다. 또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주가가 조정을 보일 때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더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기적 예측에 의존해 얻은 이익은 장기적으로 보면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상승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대표적 가치투자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주식시장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주식시장 밖에서 바라보고만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이익이다. ‘마켓 타이밍’(주가의 상승·하락을 예측해 단기적인 거래를 하는 것)으로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주식시장의 등락을 인내하면서 장기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돈을 버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스피 1700 시대든 1800 시대든 상관없이 언제든지 주식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불안하다면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 매월 적금 붓듯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된다. 설사 목돈이 있더라도 이를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예치해두고 자동이체를 통해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좋다. 이렇게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설사 주가가 반전해 하락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싼 가격에 더 많은 펀드를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당연히 한꺼번에 목돈으로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수익은 난다. 그 이상은 내 것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주가 급등기, 마음을 비우고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속 편한 투자방법이다. 민주영 /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그런데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당연히 한꺼번에 목돈으로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수익은 난다. 그 이상은 내 것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주가 급등기, 마음을 비우고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속 편한 투자방법이다. 민주영 /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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