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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거침없는 황소장세 가로막는 중국 돼지

등록 2007-06-17 20:27

이종우의 흐름읽기
이종우의 흐름읽기
고깃값 폭등으로 중 인플레 압력에 시달려
금리인상 도미노 조짐…유동성 시험대 올라
이종우의 흐름읽기

중국인은 멧돼지를 길들여 집에서 사육한 최초의 민족이다. 이런 연유로 음식을 만들 때에도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중국 음식 중 ‘육(肉)’자로 끝나는 것은 대부분 돼지를 재료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요즘 중국의 돼지고기 값이 세계 경제계에서 화제다.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 〈칭다오(청도)만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6.2위안(약 755원)이던 돼지고기 1㎏ 가격이 현재는 20위안 정도라고 한다. 중국 남방지역에 질병이 번져 사육 두수가 크게 줄고, 사료인 옥수수 가격이 20% 넘게 올라 비용이 증가한 것이 가격 폭등의 원인이다.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중국 당국에서는 ‘먹을 고기는 보장해 주겠다’고 장담했지만 아직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다.

중국의 돼지고기 값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가격 변동에 따라 중국의 금리 인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통화당국은 4~5월에 물가가 3% 이상 올라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물가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인데, 고깃값 상승으로 물가를 잡는 데 실패할 경우 중국은행이 금리 인상이란 카드를 쓸지 모른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세계 유동성을 좌우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인플레마저 무시했었는데 이제는 미국은 물론 중국의 고깃값까지 신경 써야 할 정도가 됐으니 개방이라는 것이 참 피곤한 일인 모양이다.

글로벌 금리 동반 상승
글로벌 금리 동반 상승

지난주에 잘나가던 주식시장이 금리 상승이란 암초에 부닥쳤다.

애초 시장은 미국이 4.25% 정도로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가 연착륙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아 미국의 경우 주택시장을 제외하면 고용, 생산 등은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를 선반영해 정책 금리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던 시장 금리가 적정 수준으로 회복되는 현상이 지난주에 세계적으로 벌어졌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소멸된 점도 주가 하락에 일조를 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월가에서는 올해 세 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은 2007년 중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이 안정적으로 상승한다면 유동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지만,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각국 중앙은행은 당연히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당분간 세계적인 금리 상승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 국내 금리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금리 인상에서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인데, 아직은 국내 물가가 안정적이지만 한국은행이 지난 몇 년간 저금리 정책의 폐해를 인식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큰 그림에서 보면 현재 금리 상승은 주식 시장에 분명히 부정적이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져 자금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기업의 비용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가 바닥을 이룬 초기에는 금리와 주가 상승이 병존할 수 있다. 경기 침체기에 중앙은행은 경기를 되돌리기 위해 금리를 최대한으로 내리는데,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와 주가 모두 이를 반영해 오르기 때문이다. 현재는 금리와 주가 상승이 병존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이미 주가가 경기 회복 가능성을 충분히 흡수해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이나 시장금리 상승은 시장에 부담이 될 뿐이다.

현재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축은 둘이다. 하나는 긍정적 요인으로, 최근까지 국내외의 양호한 경제 동향이 주가 상승을 이끌어 왔다.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부분인 유동성으로, 2005년 이후 주가 하락은 항상 유동성에서 시작됐다.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이 계속된다 해도 이제 막 유동성의 시험이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격 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korea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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