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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차익거래 잘만하면 개미도 헤지펀드 매니저

등록 2007-06-10 17:29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M&A 이슈때 합병비율과 주가비율 차이 파고들기
매수청구권 등 안전판…인수사 주가 급락땐 손실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같은 ‘헤지’라는 단어가 들어있어도 ‘환헤지’하면 안전장치라는 인식을 갖지만 ‘헤지펀드’하면 뭔가 ‘위험한 놈’이라는 느낌이 든다. 정부가 국내에도 헤지펀드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보도를 접하고 격세지감이 드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 아픈 경험과 경영권 위협 뒤 단물만 빼먹고 갔다는 소버린 등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떠오르는 탓일 것이다. 여기엔 봉건적 재벌의 편에 서서 ‘애국’을 내세워 이들을 천박한 투기자본으로 낙인찍은 일부 언론의 공헌도 컸다. 어쨌든 헤지의 사전적 의미는 ‘위험 회피’이며 헤지펀드는 시장의 불균형을 빠르게 해소시키는 긍정적 구실도 한다. 헤지펀드의 대안적 투자기법을 빌려와 개인이 직접투자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신한지주 주가에 따른 엘지카드 차익거래 흐름도
신한지주 주가에 따른 엘지카드 차익거래 흐름도

헤지펀드 차익거래 따라하기=헤지펀드는 그 유형을 나누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먼저 시장의 방향성, 즉 주가·환율·금리 등 금융지표의 등락을 예측해 투자하는 형태가 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하는 공매도(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팔자 주문)도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시장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자산의 상대가치를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전략도 애용된다. 주가지수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가 대표적인 차익거래 기법이다.

특히 인수·합병(M&A) 이슈를 파고드는 차익거래를 실전에 응용한다면 개미 투자자도 폼나는 헤지펀드 매니저로 변신할 수 있다. 합병 차익거래는 피인수 기업의 주가는 상승하고 인수기업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성에 착안한 틈새 전략이다. 또 인수과정에서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주식을 되사주는 공개매수나 매수청구권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면 무위험 수익도 가능하다. 여기에 주식의 합병비율을 이용한 재정거래까지 시도하면 차익거래라는 용의 그림에 눈동자를 완결하는 셈이다.

엘지카드 차익거래 가능할까=신한지주는 엘지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할 목적으로 14일부터 엘지카드 주식을 4만6392원에 2차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아야 정상인 엘지카드의 8일 종가는 4만7800원으로 되레 높다. 왜 그럴까?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주들은 9월21일을 기준으로 엘지카드 1주당 신한지주 0.84932주 비율로 교환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지주 주가 5만7700원을 기준으로 엘지카드 주가를 환산하면 약 4만9005원(5만7700×0.84932)이다. 현재로선 공개매수보다는 주식교환을 받는 게 유리해 주가가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엘지카드를 사서 신한지주 주식으로 교환받거나 신한지주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교환비율상 저평가된 엘지카드로 갈아타는 방법으로 차익거래를 시도할 만하다.

합병기업 시뮬레이션 해보니=합병비율을 이용해 실제 차익거래를 했을 경우 결과는 어땠을까? 최근 코오롱에 합병된 코오롱유화의 경우를 보자. 합병 발표 다음날인 3월19일 코오롱유화의 종가는 1만3850원으로 합병비율을 적용하면 코오롱 주가보다 1.6% 낮았다. 그 뒤 두 회사 주가는 동반 상승하면서도 주가 괴리율은 7%대까지 벌어져 차익거래 기회를 내주었다. 코오롱유화 주주가 교환받게 될 코오롱 주식의 8일 주가를 합병비율로 환산하면 2만3002원으로 합병 공시 때 주가와 비교해 수익률이 66%다. 물론 이는 그동안 주가의 전반적 상승에 따른 결과로 차익거래 덕으로 보기엔 쑥스럽다.

현대모비스에 합병된 카스코의 경우는 주가가 매수청구권 가격 아래에서 움직여 사실상 무위험 수익에 가까웠고, 이때 카스코 주식을 사서 6월 20일 상장되는 모비스의 합병신주로 교환받는다면 현재가 기준으로 석 달여 만에 평균 10% 안팎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다만 거래 정지일로부터 합병신주 상장일까지 보통 20일 안팎이 걸리는데, 이 기간 인수회사 주가가 하락할 위험은 ‘헤지’할 방법이 없다.

실제 동부한농이 동부일렉을 합병하면서 상호를 바꾼 동부하이텍은 공교롭게도 처음 변경 상장하는 날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일제히 투기등급 판정을 받고 주가가 급락해 차익거래를 노렸던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평화홀딩스가 28일까지 신주교환 방식으로 공개매수에 들어간 평화산업은 현재 상대가격 측면에서 약 6%대의 차익거래 구간에 놓여 있다.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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