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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부자들, 아파트 털고 증시로 가는 중

등록 2007-05-21 20:42수정 2007-05-22 10:00

펀드 수탁고 추이
펀드 수탁고 추이
부동산 상담 끊기고 주식 투자설명회 성황
주식형이 채권형 추월…국외펀드도 급증세
한 60대 자산가가 지난 17일 신한은행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킹(PB)센터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아파트를 매각한 돈 10억원을 펀드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이 PB센터는 그와 조만간 상담을 진행하기로 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펀드매니저인 김아무개(39)씨는 요즘 은행 프라이빗뱅커들이나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를 가면 기운이 쭉 빠진다.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으면 질문받는 것은 ‘주식 펀드매니저는 언제 나와요’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워낙 좋아서 위험 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부자들의 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다. 뿌리깊었던 부동산 선호가 줄어들고, 대신 주식이나 국외펀드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부동산으로 큰 재미를 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주식 투자는 세계적 활황으로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기 자금 더 이상 없다=이원홍 하나은행 을지로본점 골드클럽 팀장은 “지난해까지는 고객들이 항상 부동산을 사기 위한 자금을 준비해 놓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부동산 대기 자금을 쌓아놓고 있는 고객들이 없다”고 전했다. 상가나 토지에 대한 문의는 가끔씩 있지만, 아파트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탁현심 신한은행 PB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부유층 고객들이 아파트는 지난해 고민을 많이 하다가 정리할 물건은 이미 다 정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덕수 삼성증권 청담동지점 차장도 “어차피 수익률 게임인데 이제 부동산은 메리트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는 ‘부동산 자금 따로, 증시 자금 따로’라는 속설이 있다. 자산가들은 부동산을 판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말도 ‘옛말’이 되고 있다. 탁현심 팀장은 “아파트를 매각한 자금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고객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고객들이 최근 1~2년 사이 투자 상품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원홍 팀장도 “몇년 전까지만해도 주식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던 고객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연세가 드신 분들도 펀드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이 이전에 8 대 2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7 대 3 정도까지 바뀌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위험해도 고수익이라면…=금융자산 중에서도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 자산보다 원금 보장은 되지 않지만 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 쪽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을 주로 상대하는 삼성증권 청담지점의 고객예탁금은 연초 대비 20%, 지난해 대비 40% 증가했다. 지난 1월 말에는 200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채권형 펀드 잔고와 주식형 펀드 잔고가 역전됐고, 그 뒤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국외펀드 수탁고도 지난해 말 5조6916억원에서 5월16일 현재 14조8175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김영표 신한은행 PB고객부 부장은 “지난해 열풍이 불었던 중국 비중을 줄이는 대신 유럽·일본 같은 선진국, 중남미·동유럽 같은 이머징마켓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리스크가 큰 주식 직접투자에 나서는 자산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강남지역 한 지점의 고객은 최근 주식계좌로 1억5천만원 정도를 옮겼다. 이 지점의 고원종 부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안정 성향이어서 직접투자를 피해 왔는데, 최근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조정을 기다리는 자금도 많다. 국민은행 압구정 PB센터 백승화 팀장은 “일부 자금은 국내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주식 투자 열기도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투자설명회만 200여차례 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삼성증권 홍보실 김진호 대리는 “지점 단위로 거의 매주 투자설명회가 열리고, 우수 고객을 위한 소규모 1 대 1 맞춤 설명회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이호진 창원지점장은 “지난 10일 열린 투자설명회에는 평소 70~80명보다 많은 120여명이 참석했다”며 “과거 주식시장을 떠났다가 새로 돌아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안선희 양선아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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