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이종우의 흐름읽기
중국 무역흑자 지속…긴축해도 효과 적어
90년대 ‘엔캐리’ 청산때 증시 타격 안받아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이란 용어만큼 많이 쓰이지만 정의하기 힘든 개념도 없다. 측정하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 어떤 이는 늘어났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줄었다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모호한 면이 있다 보니 주가가 오르내리는 원인을 찾기 힘들 때 유동성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2004년 7월을 보자. 경제 상황을 자신할 수 없었음에도 종합주가지수가 700을 바닥으로 오르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유동성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주가 상승 요인을 딱부러지게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유동성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데 2004년부터 유동성이 구실을 했다면 주가가 무려 3년 동안 돈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믿기 힘든 분석이 된다. 당분간 전세계 유동성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가가 많이 올라 자기 힘을 못 이길 때가 아니라면 유동성이 시장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없다.
지난 1년 동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외환보유고는 3600억달러가 늘어나 2조3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중국과 인도의 외환보유고 증가액이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2720억달러를 차지했다. 외환보유고는 자국 통화로 교환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유동성을 늘릴 뿐 아니라, 보유한 외환이 선진국 자산 매수에 사용되어 글로벌 유동성을 확대시키는 원천이 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국내 유동성 동향을 보면 4월 총통화(M2) 증가율이 17.1%로 정부의 목표치 16%를 웃돌았다. 위안화 신규 대출액 증가율 역시 1분기에 1조4200억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 증가했다. 중국 당국이 긴축을 시행하고 있지만 외환보유고를 통한 유동성 확대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 당국의 긴축이 시장을 망가뜨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유동성 증가의 원천이 국제수지 증가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500억달러였던 중국의 국제수지 흑자액은 올 1분기에만 1360억달러가 늘어났다. 이 중 465억달러가 무역수지 흑자분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많은 자본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유동성 관리 대책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금융정책은 대외수지 흑자에 따른 유동성 증가분을 흡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에 따라 금리는 0.27%씩 네 번 인상하는 데 그친 반면, 지급 준비율은 9차례에 걸쳐 5% 가까이 올렸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유동성 긴축 영향이 경제 각 부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신하지 못해 과감한 정책을 펴는 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긴축과 함께 유동성 부분에서 제기되는 또다른 부분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여부다. 가능성이 있지만 이 부분이 언제 발생할지, 또 발생할 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여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시장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장애가 된다. 실제로 1990년대 엔 캐리 트레이드가 가장 성행했던 97~98년 사이 동향을 보면 엔-달러 환율이 97년 이후 1년 반 동안 110엔대에서 147엔까지 올라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도 계속돼 상당액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청산 과정도 극적이었다. 98년 7월 147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10엔대로, 특히 9월 말에는 나흘 만에 20엔이 더 떨어지는 급변을 겪었다. 당시 미국 금리는 1.3%포인트 상승에 그쳤고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실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영향이 크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예이다. 향후 세계 유동성은 증가율이 낮아질 게 분명하다. 그러나 ‘유동성 증가율 둔화=주가 하락’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올 한 해 유동성의 구실은 주가가 많이 올라 부담이 될 때 시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보조적 형태에 머물 것이다. 사물을 놓고 주식시장을 판단할 때 모호한 개념이나 막연한 두려움은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된다. 올라가고 있는 시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하락의 요인을 찾기보다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jwlee@koreastock.co.kr
90년대 ‘엔캐리’ 청산때 증시 타격 안받아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이란 용어만큼 많이 쓰이지만 정의하기 힘든 개념도 없다. 측정하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 어떤 이는 늘어났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줄었다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모호한 면이 있다 보니 주가가 오르내리는 원인을 찾기 힘들 때 유동성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2004년 7월을 보자. 경제 상황을 자신할 수 없었음에도 종합주가지수가 700을 바닥으로 오르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유동성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주가 상승 요인을 딱부러지게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유동성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데 2004년부터 유동성이 구실을 했다면 주가가 무려 3년 동안 돈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믿기 힘든 분석이 된다. 당분간 전세계 유동성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가가 많이 올라 자기 힘을 못 이길 때가 아니라면 유동성이 시장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없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추이
지난 1년 동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외환보유고는 3600억달러가 늘어나 2조3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중국과 인도의 외환보유고 증가액이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2720억달러를 차지했다. 외환보유고는 자국 통화로 교환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유동성을 늘릴 뿐 아니라, 보유한 외환이 선진국 자산 매수에 사용되어 글로벌 유동성을 확대시키는 원천이 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국내 유동성 동향을 보면 4월 총통화(M2) 증가율이 17.1%로 정부의 목표치 16%를 웃돌았다. 위안화 신규 대출액 증가율 역시 1분기에 1조4200억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 증가했다. 중국 당국이 긴축을 시행하고 있지만 외환보유고를 통한 유동성 확대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 당국의 긴축이 시장을 망가뜨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유동성 증가의 원천이 국제수지 증가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500억달러였던 중국의 국제수지 흑자액은 올 1분기에만 1360억달러가 늘어났다. 이 중 465억달러가 무역수지 흑자분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많은 자본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유동성 관리 대책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금융정책은 대외수지 흑자에 따른 유동성 증가분을 흡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에 따라 금리는 0.27%씩 네 번 인상하는 데 그친 반면, 지급 준비율은 9차례에 걸쳐 5% 가까이 올렸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유동성 긴축 영향이 경제 각 부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신하지 못해 과감한 정책을 펴는 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긴축과 함께 유동성 부분에서 제기되는 또다른 부분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여부다. 가능성이 있지만 이 부분이 언제 발생할지, 또 발생할 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여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시장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장애가 된다. 실제로 1990년대 엔 캐리 트레이드가 가장 성행했던 97~98년 사이 동향을 보면 엔-달러 환율이 97년 이후 1년 반 동안 110엔대에서 147엔까지 올라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도 계속돼 상당액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청산 과정도 극적이었다. 98년 7월 147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10엔대로, 특히 9월 말에는 나흘 만에 20엔이 더 떨어지는 급변을 겪었다. 당시 미국 금리는 1.3%포인트 상승에 그쳤고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실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영향이 크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예이다. 향후 세계 유동성은 증가율이 낮아질 게 분명하다. 그러나 ‘유동성 증가율 둔화=주가 하락’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올 한 해 유동성의 구실은 주가가 많이 올라 부담이 될 때 시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보조적 형태에 머물 것이다. 사물을 놓고 주식시장을 판단할 때 모호한 개념이나 막연한 두려움은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된다. 올라가고 있는 시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하락의 요인을 찾기보다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jwlee@korea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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