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 나는 개미투자자들…참는자에 복이 있나니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한달 만에 1600선마저 돌파하자 일부 증권사들에서 증시가 과열국면에 들어섰다며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하고 나섰다.
삼성증권은 11일 “단기적으로 상승속도에 대한 부담이 점증하고 있어 단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계속된 주가 상승으로 현금만 갖고 있는 투자자의 조바심이 극에 달한 것 같다”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매수를 고려할 수 있는데, 현금만 갖고 시장을 지켜봤다면 매수 시점을 한 템포 늦추는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오 파트장은 단기적인 조정의 빌미로 △너무 빠른 상승속도와 기술적 과열 △원화 강세 △투기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시장 등을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 상승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3월 초 이후 2개월 상승률이 17%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추격매수를 자제하는 방향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아무런 저항 없이 넘어서 지난 연말 (우리가) 제시했던 올해 목표지수에 불과 70여 포인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라며 “국내외 증시가 속도 조절 가능성을 무시한 채 위로 달려간다면 추격 매수를 자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점진적인 차익 실현에 나서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9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미국의 완만한 경기 확장과 금리동결 기조 유지 가능성 등 코스피 지수선물을 추가로 매수할 만한 재료를 확인했지만, 이전과 달리 선물을 순매도하고 있다”며 “이는 외국인이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증시 강세를 이끌고 있는 중국증시를 보면 기술적 분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영역임을 실감한다”며 “1999년 말 정보기술(IT) 버블 시 코스닥시장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당수의 증권사들은 여전히 1600선 돌파 이후에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여러모로 긍정적인 상황에서 장기적인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 상승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도 “거래량도 그다지 많지 않고 주가수익비율(PER)도 높지 않아 과열로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들 증권사는 연말까지 증시가 최소 1700에서 1800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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