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이준재 / 우리투자 박영주 / 대투 김영익
분석능력 강화 바람타고 ‘증권가 새 꽃’으로
1000명 시대지만 공급부족…스카우트 경쟁 치열
1000명 시대지만 공급부족…스카우트 경쟁 치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가면서 종목을 분석해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애널리스트(분석가)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수요가 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1천명에 가깝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치솟는 애널리스트 몸값에 제동을 걸고자 모임을 열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
2000년에만 해도 ‘증권가의 꽃’은 펀드매니저였다. 이들은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으며 투자자산 운용을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운용사가 리서치센터를 강화하면서 분석력이 뛰어난 애널리스트들이 펀드매니저에 버금가는 힘으로 투자 방향을 결정짓고 있다.
평균 연봉 역시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 연봉 수준은 대체로 3년차 이상 경력자는 1억원 이상 받고 있으며, 10년차 이상(리서치센터장 포함) 경력자 중에선 5억원 이상을 받는 사람도 있다. 반도체나 금융업 등 시장이 큰 분야를 맡는 쪽의 연봉이 가장 높다. 물론 애널리스트들 중에는 빛을 보지 못해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은행 부문의 이준재(한국투자증권), 반도체 부문의 박영주(우리투자증권), 유통 부분의 남옥진(대우증권), 조선 부문의 조용준(신영증권)씨 등은 각 업종에서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투자전략 분야에서는 김영익 대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엔 투자가 펀드매니저 개인의 성향에 따라 결정됐다면, 최근엔 회사의 전략, 상품의 특성에 따라 펀드가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분야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내는 보고서나 투자의견들이 중요하게 됐다”며 “개인들이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넘쳐나는 정보를 분석하고 선별하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의 수요가 늘자 증권사들 간의 영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9일 한국증권업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수는 978명으로 2005년 말(776명)보다 26%나 늘었다. 지난해 말 934명이던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매달 10여명씩 늘어 1천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자산운용사로 이동한 수까지 합치면 국내 애널리스트 수는 이미 1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 증권사가 최근 1년차 애널리스트의 연봉을 세 배로 올려주겠다면서 빼내가 증권사들 사이에 얼굴을 붉힌 사례도 있다”며 “리서치센터장들이 올해 몇 차례 모임을 열어 신규인력 공급 방안을 만들었고, 조만간 증권업협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애환도 있다. 박영주 애널리스트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1~12시에 퇴근하고, 실적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밤을 꼬박 새워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 경쟁도 치열하고 이직률도 높아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선아 윤은숙 기자 anmadang@hani.co.kr
증권사 애널리스트 증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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