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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증시 자본조달 기능 코스닥이 더 낫다(?)

등록 2007-04-23 07:37

작년 코스닥 상장사 5조 조달
유가증권 상장사는 자금조달보다 시장환원 더 많아

증권시장이 자본 조달이라는 본연의 기능 측면에서 봤을 때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보다 더 잘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증권선물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증권예탁원 등에 따르면 상장사들이 작년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상증자, 기업공개, 자사주처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5조9천939억원이었으나 자사주취득, 현금배당 등으로 시장에 환원한 자금은 19조1천636억원으로 조달자금의 3배를 넘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기업들에 조달된 자금이 5조2천52억원으로 시장에 환원된 자금 9천207억원의 5배를 넘었다.

유가증권시장은 작년 자금조달보다는 자금환원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코스닥시장은 자금조달이라는 증시 본연의 기능이 더 부각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문제에서 접근해 보면 코스닥시장이 정체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 유가증권-코스닥 정반대 = 통상 기업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유상증자, 기업공개, 신주인수권부사채(BW)ㆍ전환사채(CB) 등 주식관련사채 발행, 자사주 처분이고, 반대로 시장에 돈을 환원하는 방법은 자사주 취득과 현금배당이다.

작년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들은 현금배당으로 11조8천402억원을 썼고, 자사주를 직접 사거나, 신탁 계약을 체결하는데 7조3천234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비해 기업들이 기업공개(1조1천167억원)나 유상증자(2조3천939억원), 주식관련사채(4천933억원), 자사주 처분(1조9천900억원)을 통해 증시서 조달해간 자금은 지출액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반면 코스닥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가 되돌려준 자금의 5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자사주취득과 현금배당에 쓴 돈은 각각 3천442억원, 5천765억원에 머문 반면 유상증자(2조692억원), 기업공개(5천891억원), 주식관련사채(2조4천514억원), 자사주처분(955억원) 등으로 조달해 간 자금 규모는 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유가증권시장 자금조달 기능 상대적인 약화..코스닥시장 조달자금 사용처가 문제" =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증권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고유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각종 횡령과 주가조작 등으로 얼룩졌지만, 자금조달이라는 시장 본연의 기능을 더 잘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주주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면 부동산 시장과 다를 게 무엇이냐"고 한 뒤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을 위해 투자해야 하나,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고, 주주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돌려주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닥시장은 기업들이 양질의 자금을 조달하는 적당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어 이 측면에서 보면 정체성에는 더 맞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문제는 이들 기업이 조달한 자금을 엉뚱한 데 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분석팀장은 "어느 쪽이 옳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양 시장이 가진 특성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벤처 기업이 많은 코스닥시장은 특성상 자금수요가 많고, 주주환원보다는 성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유가증권 상장사는 최근 몇년간 자금수요가 준데다 주주중심 경영차원에서 배당과 자사주 취득을 늘리고 있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임상수 이웅 곽세연 기자 nadoo1@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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