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이종우의 흐름읽기
프로 농구 정규 시즌에 7등을 한 팀에 포스트 시즌은 ‘그들만의 리그’다. 골프를 할 때 남들은 두 번만에 ‘온 그린’을 시키고 유유자적하면서 가는데 나는 여전히 열심히 공을 굴린다면 그린 역시 나에게는 ‘그들만의 리그’다. 내가 가진 주식은 하루 100원도 올라가기 버거운데 다른 주식은 매일 4~5%씩 오를 때 정말 그 리그가 싫다. 지금 많은 투자자들이 느끼는 것처럼.
조선주가 연초보다 30% 넘게 올랐고 기계주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주식은 오르기는커녕 연초 시세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가끔씩 올라가기도 하지만, 시세의 연속성이 워낙 약해 오른 만큼 후퇴하는 이른바 ‘제자리 뛰기’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그들만의 리그’는 자주 발생한다. 지금의 업종 대표주인 에스케이텔레콤과 삼성전자, 포스코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던 1993년에는 이들 주식이 연일 불을 뿜었다. 결코 3만원대를 넘지 못할 것 같던 삼성전자가 5만원을 넘어 7만원에 도달하자 일반 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들까지 주식을 내다 파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주가는 상승에 상승을 거듭해 95년에는 16만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오르는 동안 당시 투자자들이 가장 기대를 걸었던 금융주는 추락으로 일관했다. 이만큼 떨어졌으면 더 이상 내려가지 않겠지 생각하고 주식을 사면 또 떨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가끔 ‘이건 너무하지 않냐, 삼성전자만 주식이냐’ 라는 불만이 터져나올 즈음 한번씩 상황이 역전 되기도 했지만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빚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정 업종이나 관련 테마가 오랜 기간 저평가돼 있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업종 경기가 편중되게 한 쪽만 좋아질 때도 나타난다. 이번 조선주 상승은 후자에 속하는데, 올해와 내년에 조선업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큰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기계주의 경우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주가수익률(PER)이 4~5배에 머물 정도로 저평가됐던 것이 상승 요인이 됐다. 리그가 펼쳐지는 초기에는 이것이 리그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만 크게 상승한다면 리그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장보다 조금 더 올라가는 정도에 그친다. 이 단계를 지나 시장이 강세장으로 바뀌고 해당 주식과 다른 주식 사이에 상승폭의 격차가 커지면 구분이 명확해진다. 이 때가 본격적으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는 단계다. 일반인이 리그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시점은 주가가 한참 오르고 난 뒤다. 선두주자 격인 현대중공업 주가를 보면 이미 2006년부터 시장 대비 상당한 격차를 보였고, 올들어 가속도가 붙었음을 알 수 있다. 리그에 속했던 많은 주식의 가격은 현대중공업과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다. 즉, 한 두 달 상승으로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길면 4~5년, 짧아도 1년 이상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달리는 말에 타라’, ‘주도주가 아닌 주식은 주식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리그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증시 격언이다. 우선은 리그에 참가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다. 말을 갈아타기에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면 행동하지 않으면 된다. 가장 나쁜 것은 주도주 간의 챔피언 결정전이 끝날 무렵 리그에서 소외돼 5~6위전에 참가한 비주도주 주식에 기웃거리는 태도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jwlee@koreastock.co.kr
삼성전자·현대중공업 주가 추이
‘그들만의 리그’가 빚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정 업종이나 관련 테마가 오랜 기간 저평가돼 있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업종 경기가 편중되게 한 쪽만 좋아질 때도 나타난다. 이번 조선주 상승은 후자에 속하는데, 올해와 내년에 조선업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큰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기계주의 경우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주가수익률(PER)이 4~5배에 머물 정도로 저평가됐던 것이 상승 요인이 됐다. 리그가 펼쳐지는 초기에는 이것이 리그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만 크게 상승한다면 리그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장보다 조금 더 올라가는 정도에 그친다. 이 단계를 지나 시장이 강세장으로 바뀌고 해당 주식과 다른 주식 사이에 상승폭의 격차가 커지면 구분이 명확해진다. 이 때가 본격적으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는 단계다. 일반인이 리그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시점은 주가가 한참 오르고 난 뒤다. 선두주자 격인 현대중공업 주가를 보면 이미 2006년부터 시장 대비 상당한 격차를 보였고, 올들어 가속도가 붙었음을 알 수 있다. 리그에 속했던 많은 주식의 가격은 현대중공업과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다. 즉, 한 두 달 상승으로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길면 4~5년, 짧아도 1년 이상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달리는 말에 타라’, ‘주도주가 아닌 주식은 주식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리그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증시 격언이다. 우선은 리그에 참가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다. 말을 갈아타기에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면 행동하지 않으면 된다. 가장 나쁜 것은 주도주 간의 챔피언 결정전이 끝날 무렵 리그에서 소외돼 5~6위전에 참가한 비주도주 주식에 기웃거리는 태도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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