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영의 펀드 이야기
단기적 성과보다 운용철학과 원칙이 중요
펀드매니저 자주 바뀌지않는지도 살펴야
펀드매니저 자주 바뀌지않는지도 살펴야
[민주영의 펀드 이야기]
“높은 수익률을 보고 펀드에 가입했는데 수익률이 영 시원치 않습니다. 운이 나쁜 건지 펀드를 잘못 고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수익률이 좋다기에 가입했는데 가입하고부터 계속 손실을 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 중이에요.”
투자자 유혹하는 수익률=남들이 짭짤한 재미를 봤다고 해서 뒤쫓아 가입했다가 고민에 빠진 투자자들이 많다.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보고 펀드를 선택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펀드 수익률이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 또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쉽게 펀드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언론을 통해 단기적인 펀드 성과가 거의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이런 수익률 정보를 보면서 그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높은 성과를 낸 펀드를 골라 투자하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방법으로 펀드를 고르다 보니 결국 후회할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익률은 과거 기록일 뿐=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떤 남자가 가로등 아래를 살피며 서성이고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이 이유를 묻자 그는 잃어버린 자동차 열쇠를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15분 동안 열쇠를 찾아다녔다. 결국 열쇠 찾는 것을 포기한 행인이 그 남자에게 물었다. “열쇠를 정확히 어디서 잃어버리셨나요?” 남자가 대답했다. “저 건너편이요.” 대답을 들은 행인이 어이가 없어 물었다. “그런데 왜 이제껏 여기서 열쇠를 찾은 거지요?” 남자의 대답은 이랬다. “저기는 너무 어둡잖아요.”
단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수익률을 기준으로 펀드를 선택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전에 높은 성과를 올렸다고 해서 앞으로도 높은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과거의 성과가 현재의 성과를 설명하는 정도가 33%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의 수익률만 보고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앞은 보지 않고 백미러만 보면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격’이다. 수익률은 지나간 과거의 기록이지 미래의 기록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수익률 올렸는지 중요=사실 장기간에 걸친 펀드의 성과를 길게 놓고 보면 수익률이 시장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주가나 금리가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쳐 배가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릴 수도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배가 방향을 잃지 않고 항해를 하느냐 하는 점이다.
펀드의 과거 수익률을 볼 때는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올렸느냐보다는 어떻게 달성했느냐에 관점을 두고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수익률보다는 운용사의 운용철학과 운용원칙, 평판, 투자자들에 대한 태도, 법과 규범 준수 여부 등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향후에도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실질적 열쇠이기 때문이다.
운용원칙 지키는지 살펴야=예를 들어 운용사가 뚜렷한 운용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운용사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역사상 좋은 투자성과는 주가나 금리의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고 기다린 결과물이다. 그런데 펀드 운용의 책임자 등이 자주 바뀐다면 운용원칙을 지키거나 철학을 확립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운용사나 펀드를 고를 때는 운용사의 사장이나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는 않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펀드 수익률 이외에 다른 요소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어려운 문제다. 오랫동안 신문 등을 통해 눈여겨보면서 관찰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지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열쇠가 있는 곳을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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