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의 1,500선 고지에 올라서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붐을 이룬 적립식펀드 투자가 심리적 만기인 3년째를 맞는 시점과 맞물려 증시가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임에 따라 환매 욕구도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펀드 투자자들이 지수 상승을 틈 타 이익실현에 나서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하면서도 재투자 대상으로 국내 주식형펀드를 외면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환매 `봇물' =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4영업일간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규모는 6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한달간 환매 규모가 5천600억원인 점을 비교하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1,500선에 근접하면서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환매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5일 하루 동안에는 2천500억원이 빠져 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주식형펀드의 환매는 올 들어 꾸준히 진행돼 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국내 증시에 투자되는 649개 공모 성장형펀드(주식비중 70% 초과)의 수탁고는 29조8천749억원을 기록, 30조원 아래로 밀려났다.
이는 지난해 연말 공모 주식형펀드 수탁고 33조689억원에 비해 3조1천940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또 1∼3월 중 결산 후 재투자되면서 수탁액으로 잡힌 자금이 4천억원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국내투자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3조5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환매는 대세"..해외펀드 `몰빵'은 위험 =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넘어선 상황이지만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추가적인 상승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해외펀드로의 쏠림 현상도 당분간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삼성증권 김남수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돌파했다고 해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이 멈출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추가 상승기대감에 환매 요구가 다소 줄어들고 해외펀드에 집중되던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일정부분 유입될 소지는 있는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장기 투자로 이익을 많이 낸 투자자라면 현 시점에서 자산배분 관점에서의 이익실현을 충분히 고려할 만 하다"면서 "다만 환매 자금을 재투자할 때 해외펀드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며, 기본적으로 국내 주식형펀드를 근간으로 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펀드분석팀장은 "적립식펀드 만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지수가 최고치에 도달하고 해외펀드 등 대체시장도 부각이 돼 차익실현성 환매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이 기대수익이 낮아진 대신 위험도는 많이 줄어든 만큼 국내외 시장에 대한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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