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 읽기
[이종우의 흐름 읽기] 중국충격 이후 세계증시
‘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방송 3사 아침 6시 뉴스의 첫 소식은 ‘방금 끝난 미국 시장은…’으로 시작됐다. 일본은 한 술 더 떠 리포터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5분 넘게 시황을 자세히 전해 줄 정도였다.
최근 미국 시장을 제치고 중국 시장이 뉴스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달 말 중국 증시가 하루 동안 8% 넘게 빠졌고 공교롭게 그 날 이후 세계 증시가 한꺼번에 떨어진 때문이겠지만, 중국 증시가 자리잡은 지 20년 정도 밖에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세계 모든 시장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표면적으로 지수가 얼마이고 어떤 종목이 올랐는지 정도를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해외 증시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 증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동조화’다. 이는 비단 주식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집값 때문에 난리를 치는 동안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도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오르는 형태도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강남이 선도했다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서부 해안 지역 집값이 2005년 한해에만 80%나 치솟았다. 내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부동산이 이럴진데, 주식은 오죽하겠는가.
두번째는 어느 나라를 중심에 놓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세계 증시의 급락을 ‘중국발 쇼크’라고 하지만, 세계 증시의 핵은 여전히 미국이다. 전체 경제 규모에서 절대 우위을 잃었다고 하나, 금융시장에선 아직도 범접할 수 없는 규모의 투자 자금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급락 장세의 근본적인 이유도 9개월이 넘는 미국 주가 상승의 부담감이 중국이라는 뇌관을 거쳐 미국 시장에서 표출된 데 있다.
해외 시장을 이해하려면 세계 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의 흐름이 대표적이다. 또 이처럼 공통되는 요인들 외에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는 요인들도 놓쳐서는 안된다. 금리와 환율이 예라 할 수 있다.
이런 기본 틀을 가지고 앞으로 전개될 세계 증시의 흐름을 예측해 보자.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세계 경제가 15년만에 모든 지역에서 양호하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약세에서 벗어나 올 2분기쯤 연착륙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유럽연합도 2%대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몇몇 국가들이 금리를 올린다 해도 세계 유동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동성 공급의 근원지가 선진국에서 일본과 동북아로 바뀐 까닭에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조정을 거쳐 1년 가까이 지속된 상승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4월이 되면 세계 증시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증시를 안다는 것은 한국 시장을 아는 것보다 더 힘들다. 지역이 넓고 특수한 요인들이 무수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를 예측하는 기본 틀은 차이가 없다. 경제가 좋고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주가는 올라가는데 지금 이 구도가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다. 단기적인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호흡을 길게 갖고 시장에 대처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jwlee@koreastock.co.kr
지난달 말 ‘중국 쇼크’로 세계 증시가 급락하자,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 증시의 영향력을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증시가 8% 이상 폭락한 지난달 27일 중국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한 투자자가 충격에 빠져 있는 모습. 선전/AP 연합
몇몇 국가들이 금리를 올린다 해도 세계 유동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동성 공급의 근원지가 선진국에서 일본과 동북아로 바뀐 까닭에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조정을 거쳐 1년 가까이 지속된 상승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4월이 되면 세계 증시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증시를 안다는 것은 한국 시장을 아는 것보다 더 힘들다. 지역이 넓고 특수한 요인들이 무수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를 예측하는 기본 틀은 차이가 없다. 경제가 좋고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주가는 올라가는데 지금 이 구도가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다. 단기적인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호흡을 길게 갖고 시장에 대처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jwlee@korea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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