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동요로 뉴욕 증시가 사흘째 하락한 5일 시카고상업거래소의 한 중개인이 에스앤피500 지수 선물의 거래 주문을 내고 있다. 시카고/AP 연합
미, 부실대출 우려 ‘휘청’…“한국은 조정폭 휠씬 클수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중국 증시 폭락과 급격한 엔화 강세에 이어 ‘미국발 쇼크’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욕 증시의 혼미로 미국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대출) 부실이 또다른 불안의 핵으로 떠올랐다.
5일(현지시각) 뉴욕 증시 하락(0.53%)은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주택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촉발했다. 경영압박에다 회계·거래 조사를 받고 있는 최대 업체 뉴센추리파이낸셜의 주가는 이날 69.7%나 폭락했다. 이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도 검토 중인 2위 업체 프리몬트제너럴의 주가도 32.4%가 빠졌다.
집값 상승이 멈춘데다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대출 상환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약 30%가 빌린 돈을 갚지 못했고, 상환 불능으로 집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도 2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주택대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3.5%(연율 기준)에서 2.2%로 수정된 것은 미국 경제의 잿빛 전망을 더해준다. 이는 지난 10년 사이 최대의 하향조정이다. 일부에선 주택투자 감소 등의 여파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6일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을 ‘3분의 1’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 경제가 이제 미국발 쇼크의 영향권 안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침없이 내달리던 미국 경제의 조정과정이 생각보다 빨리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의 경우 조정 효과가 훨씬 더 급격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가 조정기에 들어설 때는 유동성이 충분히 받쳐주면서 외부 충격을 이겨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집값 안정 과제 때문에 돈줄 죄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며 “올해 우리 경제의 기반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걸 뜻한다”고 덧붙였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운용 이사는 “미국 경제 둔화세가 뚜렷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국제 금융시장에선 일단 엔화 강세 쪽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이사는 “당분간 시장은 극히 작은 뉴스에도 흔들리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우리 경제도 외부 충격에 자주 휘둘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성 박중언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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