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강세를 보인 5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외환딜링룸에서 외환은행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환율변동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원화 환율 급등 배경
수출 결제 늦추고 배당시즌 국외유출도 겹쳐
중국 긴축·미 경제지표 따라 이번주 출렁일듯 3월 들어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 자산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금리가 싼 일본에서 돈을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움직임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돼 온 원화 강세흐름이 당분간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원화 약세 배경은?=지난주 ‘중국발 증시 충격’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선 신흥시장 주식 같은 위험 자산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양진영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처럼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발 심리가 있던 참에 ‘중국 충격’ 이후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수출업체들이 수출 네고 물량을 내놓지 않아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주주총회 계절인 3~4월엔 전통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원화 약세의 단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3~4월 중 외국인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코스피 상장기업은 모두 204곳으로, 외국인 배당 총액만 4조4451억원에 이른다. 50억달러에 가까운 돈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셈이다. 또 일본은행이 지난달 21일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올린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 캐리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 강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뱅크는 일본 투자자들의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이번주에 엔이 2% 정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아직까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지만,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4엔대까지 떨어진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사라져 청산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1원 떨어진 115.6엔을 기록했다. 하지만 엔화 강세는 일본 경제의 회복을 반영하는 자연스런 움직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도요타가 한 해 20조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엔화가 계속 약세로 남아 있는 것은 난센스”라며 “다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정은 투기세력들이 차익 실현 기회를 노리고 한차례 판을 흔드는 과정에서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타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가 환율 흐름의 갈림길 될 듯=전문가들은 향후 국제 금융시장 동향의 핵심 변수로 이번주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을 꼽는다. 중국에선 5일부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0기 5차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 첫날 원자바오 총리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8%로 제시했다. 지난해 성장률 10.7%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또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한 투자·대출 억제 조처도 발표됐다. 이어 7일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위안화 절상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모두 국제 금융시장에 바로 영향을 끼칠 내용들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전인대 결과와 폴슨 장관의 방문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도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주에 발표되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도 관심거리다. 고유선 팀장은 “5일 아이에스엠(ISM) 비제조업지수나 9일(현지시각)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 등에서 미국 경제 개선 기미가 보이면 달러 강세흐름이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실적이 나온다면 달러 강세는 일단 제동이 걸리고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 대출 금융시장 뇌관될까?=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크게 늘어난 국내 엔화 대출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린데다 원-엔 환율마저 올라 엔화 대출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 한해 증가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화 대출 잔액 163억달러 가운데 엔화 대출이 51억달러(31.8%)를 차지한다. 하근철 한은 외화조사팀 차장은 “엔화 대출은 대부분 만기 1년의 단기 대출인데다 대출 건수들이 많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특히 부동산 구입에 흘러간 자금은 엔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 부담에 국내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아직까지는 엔화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성일 국민은행 기업금융부 차장은 “지난해 2분기까지 엔화 대출이 크게 늘었지만, 신용도를 꼼꼼히 따져 대출한데다, 당시 원-엔 환율도 820~830원대였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은 엔화 추가 대출은 억제하는 한편, 기존 대출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최우성 강성만 기자 morgen@hani.co.kr
중국 긴축·미 경제지표 따라 이번주 출렁일듯 3월 들어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 자산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금리가 싼 일본에서 돈을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움직임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돼 온 원화 강세흐름이 당분간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원화 약세 배경은?=지난주 ‘중국발 증시 충격’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선 신흥시장 주식 같은 위험 자산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양진영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처럼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발 심리가 있던 참에 ‘중국 충격’ 이후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수출업체들이 수출 네고 물량을 내놓지 않아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주주총회 계절인 3~4월엔 전통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원화 약세의 단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3~4월 중 외국인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코스피 상장기업은 모두 204곳으로, 외국인 배당 총액만 4조4451억원에 이른다. 50억달러에 가까운 돈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셈이다. 또 일본은행이 지난달 21일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올린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 캐리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 강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뱅크는 일본 투자자들의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이번주에 엔이 2% 정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아직까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지만,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4엔대까지 떨어진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사라져 청산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1원 떨어진 115.6엔을 기록했다. 하지만 엔화 강세는 일본 경제의 회복을 반영하는 자연스런 움직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도요타가 한 해 20조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엔화가 계속 약세로 남아 있는 것은 난센스”라며 “다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정은 투기세력들이 차익 실현 기회를 노리고 한차례 판을 흔드는 과정에서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타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가 환율 흐름의 갈림길 될 듯=전문가들은 향후 국제 금융시장 동향의 핵심 변수로 이번주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을 꼽는다. 중국에선 5일부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0기 5차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 첫날 원자바오 총리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8%로 제시했다. 지난해 성장률 10.7%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또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한 투자·대출 억제 조처도 발표됐다. 이어 7일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위안화 절상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모두 국제 금융시장에 바로 영향을 끼칠 내용들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전인대 결과와 폴슨 장관의 방문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도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주에 발표되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도 관심거리다. 고유선 팀장은 “5일 아이에스엠(ISM) 비제조업지수나 9일(현지시각)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 등에서 미국 경제 개선 기미가 보이면 달러 강세흐름이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실적이 나온다면 달러 강세는 일단 제동이 걸리고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 대출 금융시장 뇌관될까?=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크게 늘어난 국내 엔화 대출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린데다 원-엔 환율마저 올라 엔화 대출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 한해 증가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화 대출 잔액 163억달러 가운데 엔화 대출이 51억달러(31.8%)를 차지한다. 하근철 한은 외화조사팀 차장은 “엔화 대출은 대부분 만기 1년의 단기 대출인데다 대출 건수들이 많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특히 부동산 구입에 흘러간 자금은 엔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 부담에 국내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아직까지는 엔화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성일 국민은행 기업금융부 차장은 “지난해 2분기까지 엔화 대출이 크게 늘었지만, 신용도를 꼼꼼히 따져 대출한데다, 당시 원-엔 환율도 820~830원대였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은 엔화 추가 대출은 억제하는 한편, 기존 대출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최우성 강성만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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