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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기관투자가 ‘더이상 주총 거수기 아니다’

등록 2007-02-12 19:21수정 2007-02-13 00:01

미래에셋자산운용 5% 이상 지분 보유 기업
미래에셋자산운용 5% 이상 지분 보유 기업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총철을 맞아 국내 기관투자가 가운데 ‘공룡’이라 불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이사·감사 선임과 경영권 분쟁 등 세부 사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만들었다. 국민연금기금도 지난해 말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을 다듬어 올해 주총부터 적용한다. 지난해 이맘때 열린 12월 결산법인 정기 주총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전체 3333개 안건 가운데 11건(0.33%)에만 반대표를 던지며 거수기 노릇을 한 터라 더욱 눈길을 끈다.

nowhere@hani.co.kr

미래에셋 첫 의결권 행사 기준 공개
●이사회 의장·최고경영자 겸직 ‘반대’
●이사 후보 일괄투표 등 비민주 ‘반대’

12일 공개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의결권 행사 방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의 직책을 합치는 경우 반대한다는 기준이다.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의 직책을 분리하는 안에는 찬성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합치는 안에는 반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다지고 이사회의 경영권 감독 기능을 강화하도록 기관투자가로서의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적극적 의결권 행사도 주목된다. △이사 후보자 전원에 대한 일괄투표 같은 비민주적 선출 방식 △정당한 사유 없이 사외이사 비중을 낮추는 안건 △이사회 참석률이 일정 수준 이하인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등에 반대하기로 명문화했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국민연금은 각종 경영권 방어장치는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므로 반대하기로 했다. 우선주 발행이 적대적 기업인수 방어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나 인수합병으로 퇴직하는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주는 ‘황금낙하산’ 조항도 원칙적으로 반대하도록 돼 있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이나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기업의 안정적·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좀 더 필요하다”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장기 투자자의 이해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순수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고 12조4천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대주주의 일방적 의견 통과가 당연시되던 주총 풍경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미래에셋은 호텔신라 등 8개 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이며, 금호산업 등 22개 기업 지분은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주총에 참석할 수 있는 지분 보유 기업은 모두 360여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은 86개다.

현행 상법과 증권거래법은 특정 회사 지분을 1% 또는 3% 이상 가지면 대표소송 제기권, 이사 해임 청구권, 주주 제안권, 주총 소집 청구권, 회계장부 열람권 등 다양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미래에셋이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넘어 다른 주주권까지 행사한다면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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